경북 안동의 고향 선산을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엄마, 아버지…. 사랑합니다…”
길고 긴 송사의 끝, 이재명 경기지사가 부모님 묘소를 찾은 뒤 남긴 사모곡이다.
이 지사가 18일 자신의 친형과 부모가 함께 묻힌 경북 안동 선산을 찾았다. 이날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와 경기 포천시 일동면 양돈농장을 방문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상황을 보고한 뒤였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전에 잘 드리지 못한 말씀입니다. 존경하고 감사했습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특히 “산전을 일구어 자식들을 먹이고, 하루종일 공중화장실 앞에서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으며 휴지를 팔고 10원 20원 사용료를 받으시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철야 작업 마치고 귀가하는 어린 아들을 종이봉투 접으시며 기다려주신 어머니…”라며 수개월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다. 이 지사의 어머니는 88살의 나이로 지난 3월 별세했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은 자서전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일기에서 이 지사는 “(화전을 일구며 살던) 엄마 혼자서 우리 5형제 중 3남매를 가르치셨다. 나, 재선이형, 재옥이, 재문이, 그땐 돈이 없어서 정말 고생했다. 엄마는 너무 고생이 많았다”고 썼다.
이 지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성남 상대원공단에서 5년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공장에서 돌아오는 자신을 늘 기다려주었다고 한다. 가히 설화적인 가난을 함께 버텨온 7형제에 대한 그리움도 이 지사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가족관계가 늘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 지사는 나흘 전인 지난 16일 대법원으로부터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포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결정을 받았다. 지난 10여년간 친형의 강제 입원을 놓고 이어진 기나긴 가족 간의 송사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질긴 다툼을 이어온 친형은 이 지사가 검정고시를 통해 어렵게 대학을 진학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해 인권변호사의 진로를 고민할 때 ‘너의 뜻대로 살라’고 격려해주던 형이었다. 송사는 이겼지만 이 지사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 지사는 대법원이 선고가 내려진 지난 16일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정치라고 하는 것 때문에 제가 고통받는 것은 무방합니다마는, 이미 각오한 일이라서 아무 상관 없습니다마는 저와 무관한 저의 가족들 또 주변 사람들이 저로 인해서 또 정치라는 이유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 쪽 관계자는 “여러 의혹이 그동안 터무니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지만 그 중 가족 간의 이어진 긴 송사가 매듭되면서 이 지사의 가족에 대한 감정은 더 각별하지 않았겠냐. 아마 부모님을 찾아뵌 것은 그런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