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경기 파주지역 시민단체와 농어민들이 반대하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현 정부 임기 내 착공하겠다며 환경부에 ‘조건부 동의’ 내용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건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토부의 초법적 사업 강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 7월6일 환경부에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의견서’에서 “4·27 판문점선언 및 남북협력을 상징하는 핵심사업으로, 현 정부 임기 내 반드시 착공이 필요하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수용이 어렵고 원안 노선(대안1)을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의견서에서 “지뢰매설 지역의 생태환경 조사를 위해 위성사진 등을 활용해 생태환경 조사를 15차례 진행했다”며 “향후 건설 중 사후환경영향 조사 때 정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달 7일 회신을 통해 “민통선 지역의 생태적 보전가치를 감안해 임진강 동쪽의 기 개발지를 활용한 노선이 바람직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환경부는 다만 남북협력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선 변경이 곤란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생태계 공동조사(필요시 노선 조정) △민관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 구성 등 새 조건을 제시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5월22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국토부의 원안 노선이 임진강과 장단반도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하저터널을 검토하거나 이미 개발된 동쪽 노선(통일로) 등을 활용하는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며 조건부 동의한 바 있다.
파주지역 어촌계와 임진강~디엠제트(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 한국환경회의 등은 최근 성명을 내어 “국토부가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은 환경영향평가법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초법적 발상”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초법적 고속도로 강행이 아니라, 디엠제트 일원의 보전 대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라고 밝혔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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