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이 3일 구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아레나 1호 공연 가수로 방탄소년단(BTS)을 초청하고 싶습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의 서울아레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서울아레나는 창동역 인근에 2024년 초 완공할 2만석 규모의 국내 최대 전용 공연시설이다. 이 구청장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케이팝(K POP)의 나라에 번번한 전용 공연장이 없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 위상에 걸맞은 최고의 공연장으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도시로 도약을 앞둔 도봉구의 3선 구청장이자 서울 지역 구청장협의회장을 맡은 이 구청장을 3일 구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서울 동북부 변방의 베드타운으로 인식된 도봉구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열쇠는 ‘문화'였다. 이 구청장은 “지리·경제적 측면만 보면 도봉구는 갑자기 풍족한 도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구만의 특색있는 문화(산업)가 있다면 전국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핵심이 서울 아레나”라고 설명했다.
창동역 인근 5만㎡ 부지에는 서울아레나를 비롯한 대중음악 생산·유통시설과 영화관 등 부대시설 등이 들어선다. 구는 서울 아레나 건립으로 연간 250만명 관람객이 도봉구를 찾고 문화기업 300여개를 유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구청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개통과 더불어 검토 중인 한국고속철도(KTX) 수도권 동북부(수서-의정부)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봉구 창동 인근에 2024년 완공될 서울 아레나 조감도. 도봉구 제공
3선 임기 절반을 달려온 그에게 올해는 유독 힘든 일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도봉구 소재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서울 구청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되고 한달 뒤 시장 궐위라는 이중고가 겹쳤다. 인터뷰 중에도 문자메시지로 계속 관내 코로나19 상황을 보고받던 그는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 후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보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 6월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남편을 야간에 간호하던 90살 할머니가 남편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노부부는 요양병원 관계자를 통해 감염됐는데 부인은 남편이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퇴원했다”는 사연을 소개하며 “전염병은 힘들고 약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사랑제일교회 같은 일탈행위를 바로 잡고 다시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할 때”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 궐위 상황에 대해서는 “박 시장이 강조한 협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등에 대한 가치 철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을 공동체 사업과 협치 사업 등은 하루아침에 정착되는게 아니라 지속적 운영·유지될 때 실현 가능하다”며 “남은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시정 철학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게 예산을 배정하는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지난달 19일 ‘K-방역차’를 타고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내부시설을 방역하고 있다. 도봉구 제공
이 구청장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절반 인하' 제안에 대해 “지극히 정치적인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재산세 인하 근거가 코로나19 재난상황인데 가장 큰 피해자인 무주택자 서민에게는 세금 인하 혜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며 “서초구청장 제안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세금 폭탄이라고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초구는 공시가격 9억원 미만 주택 수가 적지만 도봉구는 주택 99.9%가 공시가격 9억원이어서 세액 부담이 커져 구정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제안은 지난달 31일 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곳 구청장 모두가 반대해 부결됐다.
아울러 이 구청장은 박원순 시장이 사망 전 주장한 ‘강남에서 걷은 공공기여금을 강북 등 서울 전역에서 사용할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과 관련해 “강남 개발 이익을 강남에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하면 다양한 기업이 집적해 개발이 잦은 강남과 주거단지 위주의 강북 일부 지역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없다”며 공공기여금의 균형적인 사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매일 집무실에서 주민이 선물한 '처음처럼' 문구가 적힌 부채를 보며 구청장 당선 초기 시절을 되새긴다고 했다. 그는 “구청장으로 일한 10년 동안 우리 구의 모습도 베드타운 벗어나 음악문화 중심도시라는 비전을 꿈꿀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며 “퇴임 후에도 주민들이 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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