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의회 이길용 의장(일어선 이) 등 의장단과 고양시 산림조합 임직원들이 지난 2일 낮 한 음식점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 <중부일보> 제공
경기도 고양시의회 의장단이 코로나19와 태풍 북상으로 전국이 비상 상황인 가운데 점심시간에 건배를 외치며 잇따라 ‘대낮 술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원들은 7일 나란히 성명을 내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기간에 대낮 술판을 벌인 시의회 의장단의 사퇴와 대시민 사죄를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의 성명서 내용을 보면, 고양시의회 이길용 의장과 이홍규 부의장은 지난 2일 낮 12시께 시청 인근의 한 식당에서 고양시 산림조합 임직원들과 함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무색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식사를 하며 막걸리 10여 병을 시켜 놓고 큰소리로 건배사까지 하는 등 대낮 술판을 벌였다.
이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과 제9호 태풍 ‘마이삭’의 북상으로 고양시의 모든 공직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불특정 다수와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과 각 당 대표의 각별한 당부가 있었던 때였다.
고양시의회의 부적절한 행동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이 의장은 동료의원 1명이 자가격리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께에도 시의회 사무국장과 직원 등 10여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식사모임을 가져 경기도로 부터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이 부의장은 해당행위로 현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징계요청서가 제출된 상태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양시의원 4명은 방역당국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이동자제 권고’가 내려진 지난달 19~21일 부산에서 열린 숙박을 겸한 연수에 다녀오기도 했다. 한 시의원은 연수에 다녀온 직후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돼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성명에서 “전국이 비상사태에서 대낮부터 술판 벌여 고양시민들과 의회를 욕보인 이길용 의장과 새롭게 출발하는 국민의힘에 찬물을 끼얹은 이홍규 부의장은 석고대죄하고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고양시의원들도 성명을 내어 “107만 시민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의회와 의원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며 “이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당사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며, 국가적 위기 극복에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는 고양시의회로 거듭나길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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