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이 지난 3일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옥기원 기자
“서울아레나 1호 공연 가수로 방탄소년단(BTS)을 초청하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동진(60) 도봉구청장의 서울아레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서울아레나는 창동역 인근에 2024년 초 완공할 2만석 규모의 국내 최대 전용 공연시설이다. 이 구청장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케이팝(K-POP)의 나라에 번번한 전용 공연장이 없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 위상에 걸맞은 최고의 공연장으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북부 변방의 베드타운으로 인식된 도봉구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열쇠는 ‘문화'였다. 이 구청장은 “지리·경제적 측면만 보면 도봉구는 갑자기 풍족한 도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구만의 특색있는 문화(산업)가 있다면 전국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핵심이 서울아레나”라고 설명했다. 도봉구는 서울아레나가 열리면 연간 250만명 관람객이 찾아오고 문화기업 300여개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선 임기 절반을 달려온 그에게 올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시장 궐위’라는 이중고가 겹쳤다. 서울 구청장협의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박원순 시장 궐위 상황에 대해 “박 시장이 강조한 협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등에 대한 가치 철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서,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 확산으로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 대해 “일상을 되찾기 위해 일탈행위를 바로 잡고 다시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할 때”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절반 인하' 제안에 대해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무주택 서민에게는 세금 인하 혜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며 “서초구청장의 제안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초구에는 9억원 미만 주택 수가 적지만 도봉구는 주택 99.9%가 9억원 미만이어서 구정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청장은 지역 주민에게 받은 ‘처음처럼' 문구가 적힌 부채를 집무실에 두고 날마다 당선 초기 시절을 되새긴다고 했다. 그는 “구청장으로 일한 10년 동안 우리 구의 모습도 베드타운 벗어나 음악문화 중심도시라는 비전을 꿈꿀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며 “퇴임 이후에도 주민들이 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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