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민통선 지역 농경지에서 발견된 수원청개구리.
경기 파주지역 환경단체들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에 대한 공동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는 17일 성명을 내어 “국토부 산하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고자 하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노선은 전 구간 지뢰지역으로 조사를 할 수 없는 곳인데 공동조사를 한다는 것은 기만”이라며 “이런 곳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 자체가 환경영향평가법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어 “국토부가 추진하는 이 고속도로 노선 일대에 총 50종의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역주민과 전국의 환경단체, 디엠제트와 민간인통제구역을 소중히 여기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 지역 농어민의 생존과 생태환경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 민통선 지역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재두루미.
성명서의 내용을 보면, 파주환경운동연합과 환경과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이 여러해 동안 정기적으로 조사한 결과 총 47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확인됐으며, DMZ생태연구소는 이 지역에서 긴다리소똥구리(멸종위기 2급)를 확인했다. 또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천연기념물(331호)인 점박이 물범과 참호박뒤영벌(멸종위기 2급)이 포함돼 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문헌에는 점박이 물범이 한강하구까지 온다고 돼있으나 중립지역이라 조사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물범이 임진강 하구까지 올라온다는 사실이 한국도로공사의 군인 탐문 조사 결과 확인됐다”며 “지뢰와 야간 조사를 못하는 민통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멸종위기종이 확인된 것은 그만큼 이 일대가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의 한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저어새.
앞서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의견서’에서 “현 정부 임기 내 반드시 착공이 필요하다”며 환경부에 ‘조건부 동의’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환경부로부터 △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생태계 공동조사 △상생협의체 구성 등의 새 조건을 제시받은 뒤 환경단체에 공동조사단 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