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원으로 지정하기로 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 왼쪽으로 경복궁과 북악산 등이 보인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7141㎡)을 사들여 공원으로 지정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다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대한항공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안이 나올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서울시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을 먼저 산 뒤 나중에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엘에이치는 “결정된 바 없다”는 태도여서 최종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회의를 열어 현재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공원화 세부계획은 앞으로 시민·전문가와 공론화 등을 통해 세울 것이라고 서울시는 덧붙였다. 다만 권익위가 시와 대한항공 사이 조정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유보했다.
서울시는 이날 ‘제3기관 연계 매각’을 협의 중이라고 공개했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매입대금을 내년 초까지는 회수해야 한다고 한다”며 “제3기관인 엘에이치가 땅을 선매입한 뒤 서울시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까지 매각대금을 분할지급하겠다는 서울시와 당장 돈이 필요한 대한항공 사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제3기관을 연계하는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그런데 엘에이치 쪽은 이날 “서울시로부터 지난 9월25일 제안을 받았지만, 그렇게 진행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상태다.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혀 시와 온도차를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엘에이치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물밑 공감대를 이미 이룬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요 변수인 가격 조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시는 예산 타당성 조사 뒤 매각금액으로 4670억원을 제시했지만, 대한항공 쪽은 5000억~6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최종 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해 재산정될 예정인데 구체적 방식 결정엔 협의가 필요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올해 안에 땅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며 ‘최고가 매각’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서울시가 공원화를 위해 사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경쟁입찰이 사실상 무산됐고, 대한항공은 “서울시 행태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지난 6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양쪽 의견을 들은 뒤 지난달 ‘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날 의결과 별도로 권익위의 조정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10월 중·하순을 목표로 최종 조정안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향후 권익위 조정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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