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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담 플라타너스, 베야 할까요? 놔둬야 할까요?

등록 2020-12-06 15:14수정 2020-12-06 16:04

서울시, 벌목 방침 세웠다 반발 움직임에 보류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 옆에 뿌리를 내린 양버즘나무(오른쪽)와 은행나무 사이로 행인들이 오가고 있다. 찻길 쪽으로는 ‘세종대로 사람 숲길’ 조성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 옆에 뿌리를 내린 양버즘나무(오른쪽)와 은행나무 사이로 행인들이 오가고 있다. 찻길 쪽으로는 ‘세종대로 사람 숲길’ 조성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청 건너편 덕수궁 돌담 앞엔 늘어서있는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20여그루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세종대로 사람 숲길’ 조성공사 중인 서울시가 담장 균열과 시야 방해 등을 이유로 이 나무들을 벨 계획을 세우자 “큰 나무의 문화 경관적 가치를 간과한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민의견을 좀 더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6일 서울시 얘기를 들어보면, 덕수궁 앞 이 나무들은 1982년 식재돼 올해로 수령이 53년에 이른다. 북미가 원산지인 양버즘나무는 빨리 자란다는 특성 때문에 50∼60년 전부터 가로수로 많이 식재됐다. 양버즘나무는 넓적한 잎 덕분에 한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주는 데다 대기정화 능력도 탁월하다. 경기개발연구원(현 경기연구원)이 2009년 발표한 ’도시 수목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산정 및 흡수 효과 증진 방안’ 보고서를 보면, 그루 당 1년에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양버즘나무가 55.6㎏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나무(35.4㎏), 느티나무(33.7㎏), 벚나무(26.9㎏)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꽃가루 날림·벌레 꼬임 등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다 왕성하게 뻗은 가지가 신호등이나 표지판, 건물 시야를 가려 시민불편 접수도 많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시 가로수 관련 민원 1260건 가운데 52%(658건)가 가지를 쳐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유로 1990년대 중반까지 ’서울 가로수 1위’였던 양버즘나무는 2000년대 들어 은행나무에 이어 2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서울 가로수 중 은행나무는 10만8천그루, 양버즘나무는 6만2천그루다.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창덕궁 앞 보행길을 넓히는 ‘보행재생 네트워크’ 사업 공사를 완료했다며 공개한 돈화문로의 공사 전후 모습. 아래쪽 공사 후 사진을 보면, 위쪽 공사 전 사진 속 양버즘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창덕궁 앞 보행길을 넓히는 ‘보행재생 네트워크’ 사업 공사를 완료했다며 공개한 돈화문로의 공사 전후 모습. 아래쪽 공사 후 사진을 보면, 위쪽 공사 전 사진 속 양버즘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최근 덕수궁 앞 양버즘나무를 베기 위해 나무 주변에 비계까지 설치했다. 서울시 조경과 관계자는 “덕수궁 돌담 옆 양버즘나무의 뿌리는 돌담에 균열을 일으켰고, 문화재 경관과도 맞지 않아 문화재청에서도 베 달라고 한다”며 “뿌리가 얕아서 안전사고 위험까지 크다는 점에서 가로수에 맞지 않기에 주요 도시들이 양버즘나무를 점점 도태시키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조경학 박사)는 지난 4일 서울시의회 신문고에 ‘시청 앞 덕수궁 돌담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려 “균열한 담당은 보수하면 되지만 담장과 어우러진 큰 나무를 없애면 이를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플라타너스가 쓰러져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서울시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지, 양버즘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잘 쓰러진다는 것에 대해선 반론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가 최근 베어낸 창덕궁 앞 보행길 양버즘나무을 언급하며 “‘창덕궁이 잘 안 보인다’ 혹은 ‘민원이 많다’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벌목부터 해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서울시 가로수 종류별 분포.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서울시 가로수 종류별 분포.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생태분과도 지난 4일 ‘더운 여름 시청 부근에 그늘을 줄 수 있고 도시 열섬 저감에도 효과가 큰 양버즘나무 제거 사업을 중지하고 시민의견을 묻는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서를 서울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도 차편에 심겨진 은행나무들이 더 오래 전에 심어졌지만 양버짐나무에 눌려 성장을 멈추다시피 한 상태이며, 어차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수십년 뒤 도시경관을 고려해 양버짐나무를 베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일단 벌목 계획을 중단항 상황이다. 시 조경과 쪽은 “시민단체가 우려를 나타내, 시의회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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