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오후 2시 기준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올해 하반기 첫 발령이다. 한강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에서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중국 쪽에서의 석탄 사용은 물론 명절맞이 폭죽놀이조차 서울 대기 질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이 실증됐다.
15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구성 물질들을 분석한 ‘2019 서울 초미세먼지 성분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생겨난 질산염이온(NO₃-)이 전체 서울 초미세먼지 구성 성분의 24%를 차지해, 가장 큰 초미세먼지 발생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황산염이온(SO₄2-, 14%), 암모늄이온(NH₄+, 12%) 등 이온류와 유기탄소(16%), 유기탄소결합물(12%), 무기탄소(12%) 등 탄소류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질산염이온은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큰 겨울철에 비중이 높아졌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다른 시·도에서는 황산염이온 비중이 가장 높은데, 서울에서는 질산염이온 비중이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황산염이온은 탈황 과정을 거친 자동차연료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고, 공장과 발전소 같은 산업시설에서 주로 발생한다.
외부 유입도 서울시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8년 8월~2019년 4월 풍향이 ‘서풍~북풍일 때’와 ‘그 외’로 나눠 분석했는데, 서풍~북풍일 때 대기 속에서 석탄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비소·납 등 중금속 농도가 크게 높아졌다. 편서풍이 부는 겨울철, 중국 랴오둥반도 주변 지역(랴오닝·지린)의 석탄 사용이 서울의 대기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 음력 대보름인 2월19일 이틀 뒤 서울에서 스트론튬·바륨 등 폭죽 연소와 관련된 중금속 성분 농도가 급상승한 사실도 확인했다. 중국 쪽 기류 유입이 없었던 같은 해 1월10일과 견줘 스트론튬 농도는 11.1배, 바륨은 4.1배 높아졌다. 중국에서 폭죽놀이로 인해 발생한 중금속 성분들이 서울 하늘로 유입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엄정훈 연구사는 “과거 ‘런던 스모그’, ‘베이징 스모그’ 등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한 결과 황산염이온 농도가 높아져 대기가 오염된 경우다. 하지만 서울은 자동차 불완전연소가 질산염이온과 탄소류 등을 발생시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기에 (산에 둘러싸인) 지형 특성상 대기가 정체되는데다, 겨울철엔 중국 쪽 오염물질을 실은 편서풍까지 불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지름 1000분의 10㎜ 미만)보다 작은 초미세먼지(1000분의 2.5㎜ 미만)는 몸속 깊숙이 침투해 심장·뇌·폐 등에 질환을 일으키는 생활 속 중요 위험물질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일수는 2013년 1건에서 지난해 29건으로 급증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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