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서울형 뉴딜일자리 시민사회 공익활동 육성사업 시민사회 디딜자리 100 프로젝트 성과 공유회에서 해당 사업에 참여한 김도진씨(왼쪽부터)와 조윤환 서울환경연합 팀장이 사회자와 함께 활동 경험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김도진(29)씨는 주로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그는 놀이공원에서 일해보려 했지만 코로나19 탓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9월 서울 일자리포털에서 ‘시민사회 공익활동 육성사업 디딜자리 100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지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공익활동 인턴으로 일하면서 임금은 서울시에서 받는 ‘서울형 뉴딜일자리’ 가운데 하나였다. “집에만 있다 보니 ‘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인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람 있는 일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공익활동에 지원했어요.”
김씨를 포함한 참여자 91명은 50시간 교육을 받으며 환경·여성·노동·청년 등 49개 단체에서 넉달동안 활동가들과 함께 일했다. 일종의 인턴십에 해당하는 ‘시민사회 공익활동 육성사업’은 예산부족과 상근활동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익단체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에서 활동하게 된 김씨는 공익활동은 물론 조직생활도 처음이었지만 “모든 게 재밌고 만족스러웠다”며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활동을 할 때 더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공부하고, 글을 쓰고, 카드뉴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청년·어르신·경력단절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 경험이 있는 참여자 가운데 절반 이상(56.5%)이 ‘공익활동 경험은 처음’이라고 답했지만, 사업 참여가 ‘공익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43점으로 높았다. 취약계층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소나무상담복지센터에서 일한 강민정(41)씨는 “우리 사회에서 작은 단체들이 연계해 활동하면서 소외되거나 방치됐던 분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계속 공익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여자 가운데 앞으로 공익활동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이는 84.8%였다.
단체 쪽 만족도도 높았다. 단체 대상 설문조사에서 ‘기관에 도움이 된 정도’는 5점 만점에 4.65점이었다. 단체들은 ‘인력 충원과 지원’, ‘공익활동 경험을 통한 시민사회 관심도 확산’을 긍정적인 점으로 꼽았다. 조윤환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디딜자리 100 프로젝트 성과공유회’에서 “단체들이 가장 힘든 게, 일은 많은데 동료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활동가들이 최대한 함께 일해보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과의 ‘접점’이 사라지면서 단체들도 활동범위가 축소되고 재정의 어려워진 점을 감안하면 더욱 도움이 됐다. 이정선 한국모금가협회 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육과 같은 사업이 많이 축소된 데다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비용이 드는데 작은 단체들은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번 사업이 인력과 재정지원 면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아쉬운 점으로는 단체와 참여자 모두 “사업기간이 짧다”는 점을 꼽았다. 시는 이를 반영해 내년부터는 참여자는 50명, 단체는 30곳으로 줄이는 대신 사업기간은 1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익활동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과 동시에, 비영리 단체들의 네트워크 확대와 단체들간 저변확대를 위해 내년도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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