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스케이(SK)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공직자 부동산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경기도 용인 에스케이(SK) 반도체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부근 땅을 사들인 경기도청 전 간부 공무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김아무개(52) 전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서비스산업유치팀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씨가 사들인 땅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도 신청했다. 몰수보전이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처분이다.
김씨는 경기도 투자진흥과 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10월 자신의 아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4필지 1500여㎡를 5억원에 사들였다. 이 땅은 반도체클러스터 개발 계획이 확정된 뒤 시세가 25억원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부부가 이 땅을 매입한 시기는 경기도청 관계자들이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을 여러차례 방문해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건의하던 때다. 이에 경기도는 김씨가 재직 기간 공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가 있다며 지난달 23일 그를 고발했다.
경찰은 김씨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그를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 땅을 사들인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9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한차례 계약이 연장됐다가 계약만료로 2019년 퇴직했다.
18개 시·도경찰청과 국세청·금융위원회·한국부동산원 파견 인력 등으로 꾸려진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공직자 등의 땅 투기 혐의 수사에 나선 이래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는 경기도 포천시 공무원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포천시 공무원은 40억원을 대출받아 지하철 7호선 연장노선인 소흘역(가칭) 예정지 인근 땅을 사둔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부동산투기 혐의가 드러나면 취득한 재산상 이득은 반드시 환수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수사는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투기 혐의를 받는 엘에이치 직원을 추가로 확인해 지난달 31일 입건했다. 이 직원은 광명·시흥 새도시 개발 예정지 땅에 대해 원정 투기 의혹을 받는 엘에이치 전북지역본부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엘에이치 전·현직 직원은 모두 21명으로 늘어났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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