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40억원대 부동산에 투기한 혐의를 받는 경기 포천시청 간부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한 이후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다.
의정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성동)는 지난 23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포천시청 과장(5급) 박아무개(5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업무상 취득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전철역 예정지 인근 땅 7필지 2600㎡를 부인과 공동명의로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40억원에 구입한 이 땅의 현재 시세는 약 1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18∼2019년 포천시 철도노선 계획안 수립·발표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박씨는 “땅을 살 당시 신설역사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고 당시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신설역사의 대략적인 위치는 이미 공개된 상태였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물 재분석으로 철도노선 선정 관련 회의자료를 확보해, 박씨가 직접 외부 전문가들에게 철도 노선과 신설역사 위치 등을 설명한 것을 확인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검찰은 또 기획재정부가 2019년 11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뒤 신설역사 위치를 사실상 확정했지만 포천시는 철도노선과 신설역사 위치 등을 밝히라는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4차례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벌여 박씨를 구속하고 부인을 불구속 입건해 지난 7일 검찰에 송치했다.
박씨 부부가 산 땅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몰수보전 조처돼, 판결 확정 전까지 처분할 수 없다. 박씨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판결이 확정되면 이 땅을 공매 처분돼 근저당 설정된 34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국고로 귀속된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