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빈터로 버려졌던 ‘금싸라기 땅’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가 서울시 계획대로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송현동 땅 현 소유주인 대한항공과 이를 매입하려는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명한 조정서를 지난 26일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정서는 대한항공이 엘에이치에 이 땅을 팔고, 엘에이치는 이 땅과 서울시 시유지를 맞교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가장 문제가 됐던 매각가격은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2곳씩 추천한 감정평가법인 4곳의 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정하기로 했다. 또 매각대금은 엘에이치가 매매대금의 85%를 계약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대한항공에 지급하며, 시유지 교환이 완료되는 시점에 잔금을 지급한다. 대한항공과 서울시, 엘에이치는 지난달 31일 이 조정서에 서명했다.
경복궁 동쪽 3만7141㎡(1만1천여평) 규모로 서울광장의 3배 남짓 되는 송현동 땅은 조선시대 왕족과 친일파의 집터 등으로 쓰이다, 해방 뒤 미 대사관 직원 숙소가 들어섰다. 이후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매입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혔고, 2008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대한항공 역시 이 땅에 7성급 한옥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주변 학교들 때문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는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 조항에 가로막혔다. 대한항공은 개발불허 방침에 행정소송까지 냈으나 2012년 대법원에서 패소했고,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이 땅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이 땅을 매입해 역사문화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대한항공은 ‘헐값에 넘길 수 없다’며 반발하다 권익위에 민원을 냈다. 권익위 중재로 엘에이치까지 더한 3자 거래가 추진됐고 엘에이치에 의한 빠른 대금 결제와 4개 감정평가법인 평가액 평균액으로 한 거래가격 결정을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수용하면서 조정이 성사됐다. 3자 거래를 두고서도 ‘서울시가 엘에이치와 바꿀 땅이 결정되지 않았다’, ‘거래일이 특정되지 않았다’ 등 우려와 충돌이 이어졌지만, 이날 권익위 의결로 법적으로 확정됐다. 권익위 조정서는 민법의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져, 서명한 당사자는 약속을 이행할 법적 구속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울시가 엘에이치에 내줄 시유지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엘에이치는 이 땅을 신규 택지로 지정해 주택을 공급할 계획인데, 대상지로 거론됐던 서울서부면허시험장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엘에이치에 제공할 시유지는 협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라며 “문화공원 조성을 위해서도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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