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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동자동쪽방촌 길건너, 민간개발에 내몰리는 양동 쪽방 주민들

등록 2021-04-30 06:59수정 2021-04-30 09:26

재개발 계획에 쪽방건물 하나둘 페쇄…“서울시 방관에 주민 내쫓겨”
공공개발 동자동은 공공임대 입주예정…길하나 차이로 다른 처지
서울 중구 양동(남대문로5가)에 있는 한 쪽방 건물이 폐쇄돼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이 건물에 28개 쪽방이 있었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주민들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홈리스행동 제공
서울 중구 양동(남대문로5가)에 있는 한 쪽방 건물이 폐쇄돼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이 건물에 28개 쪽방이 있었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주민들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홈리스행동 제공
서울역 건너편 남대문경찰서 뒷쪽엔 양동 쪽방촌이 있다. 2019년 10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지난해 1월16일엔 정비계획이 고시됐다. 바로 나흘 뒤인 1월20일, 정부와 서울시는 시내 다른 쪽방촌인 영등포 쪽방촌에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2월5일엔 양동 쪽방촌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개발계획이 나왔다.

나흘 차이, 길 하나 차이지만 양동 쪽방주민들의 현재 상황은 영등포·동자동 쪽방주민들과는 다르다. 영등포·동자동 쪽방주민들은 개발을 마친 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고, ‘선이주 선순환 개발’ 방침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머물 곳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이 개발하는 양동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다.

서울 양동(남대문로5가)의 또다른 쪽방 건물. 이곳엔 아직 사람이 산다. 뒷쪽으로 서울스퀘어 건물이 보인다. 홈리스행동 제공
서울 양동(남대문로5가)의 또다른 쪽방 건물. 이곳엔 아직 사람이 산다. 뒷쪽으로 서울스퀘어 건물이 보인다. 홈리스행동 제공
29일 오전 ‘재정착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양동 쪽방주민들’과 동자동사랑방·홈리스행동·빈곤사회연대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날, 시 도시활성화과·자활지원과·지역돌봄복지과와 서울 중구청 관련부서, 해당지역을 개발할 도시계획업체가 참여하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지만, 쪽방주민들은 이런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며칠 전에서야 뒤늦게 알았다.

5년 째 양동 쪽방촌에서 살고 있는 강홍렬(65)씨는 “재개발이라는 소리가 들리면서 살얼음판에 한발씩 내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 쫓겨날지 불안하고, 쪽방 주인은 5월에 나가라, 7월에 나가라 하면서 이랬다 저랬다 해 앞날이 캄캄하다”며 “영등포·동자동은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한다는데, 양동은 이미 많은 사람이 쫓겨나갔고 강제 퇴거당할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쪽방주민 홍아무개씨도 “집주인은 명절에 도시락 나눠줄 때 본 것이 전부고, 주변건물은 살던 사람이 나가고 입구를 막아놨다”며 “돈을 받고 나가더라도 어디서 살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양동에 있는 쪽방 건물들은 하나둘씩 쪽방주민들이 나가고, 건물이 폐쇄되고 있다. 2019년 471명이었던 쪽방주민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86명(서울시 쪽방주민실태조사 결과)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서울시가 방관하는 사이 건물주와 관리자들이 내쫓았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 쪽방주민 주거대책을 아무리 잘 세운다 하더라도, 이미 절반 가까운 주민들이 건물주와 관리자들에게 속거나 등쌀에 밀려 동네를 떠난 상태라, 온전한 주거대책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이들은 동자동과 영등포처럼 개발이 끝난 뒤, 또 개발과정에서 최저주거기준에 충족하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아울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주인의 ‘사전퇴거조처’도 서울시가 중단시킬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관계자는 “오늘 열리는 회의는 양동에 거주하는 쪽방주민의 선이주대책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자문받는 회의로 쪽방 주민들의 요구와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열었다”며 “쪽방주민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은데, 강제퇴거에 대해서는 자제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홍씨는 “집에서 씻을 수가 없어 목욕탕을 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마음 편히 일(용변)을 보고, 목욕할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오세훈 시장에게 “부자들 부동산 대책만 고집하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 대책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서울 중구 양동(남대문로5가) 쪽방주민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태우 기자
서울 중구 양동(남대문로5가) 쪽방주민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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