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1주년 서울기념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월호 7주기 추모, 유치원 무상급식 찬성에 이어 41돌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을 두고서도 적극적인 메시지를 냈다. 진보진영이 주도해온 이슈들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개혁보수’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마당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1주년 서울기념식에 참석한 오 시장은 인사말에서 “(5·18 유공자들이) 유린당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흘렸던 피와 눈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며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희생자들의 절규는 끝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모두는 광주의 희생자들에게 진 ‘큰 빚’을 갚아야 한다. 공정과 상생을 바탕으로 미래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잘 갈고닦아 물려주는 것으로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7주기 때는 ‘영상 메시지’를 제작해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부패해 있고 온갖 불법과 편법, 탈법이 뒤엉켜 그 사고의 가능성을 잉태했음을 깨닫게 됐다”며 “우리 소중한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진상규명이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10년 전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까지 내던졌던 오 시장은 지난 4일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진영이 주도해온 이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이를 통해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 행보는, 지난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8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잘못을 공개 사과하기도 했던(12월) 김 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중도층 외연확장에 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통합형 행보를 오 시장이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당내에서는 강경보수 색채를 띈 나경원 후보가 앞섰지만, 국민여론에서는 ‘개혁적인 보수’ 이미지를 띈 자신이 앞서 승리를 거머줬던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의 경험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자신에 대한 개혁세력의 지지가 상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오 시장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앞으로 개혁이나 통합 이미지를 어필하려고 할 것 같다. 대선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리얼미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4.5%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소속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원칙’(14번 사용)이라는 단어와 함께 ‘존중’, ‘협의’(각 7번)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한달 동안 지켜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행정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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