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반포천유역 분리터널 건설공사 현장을 찾아 풍수해 대비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4조237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당선된 뒤 처음 내놓은 예산안인데다, 오 시장 임기가 1년2개월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추경에는 ‘오세훈 색깔’이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올해 추경 편성을 통해 실현하겠다고 밝힌 ‘5대 공약’ 등의 상당 부분은 빠져 있거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이 성급했거나, 추진이 더딜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추경예산안을 보면, 서울시는 ‘서울 재도약’이라는 제목 아래 ‘민생회복’ ‘안심·안전’ ‘도시 미래’를 세부 항목으로 제시했다.
‘민생회복’ 분야에서는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179억원을 추가투입해 청년월세지원대상자를 지난해 5천명에서 하반기 2만2천명을 추가해 2만7천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만 19~39살) 1인가구에 10개월 동안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올해 600억원을 추가투입해 지원대상을 연 5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 확대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무이자·무보증 융자지원 금액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기 위한 예산 870억원도 편성됐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동안 ‘4무(無)’(무이자·무담보·무보증·무서류)로 1억원까지 융자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서울시 소상공인정책담당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절차는 다음달 초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심·안전 분야 추경에서도 오 시장의 공약사업들이 눈에 띈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건강관리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밴드를 전 시민에게 보급하겠다”고 공약한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구축’ 시범사업을 위해 44억7500만원이 편성된 게 대표적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 5만명에게 5만원 상당 스마트밴드를 나눠주고, 활동목표 설정과 개인별 달성율에 따라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오 시장 공약집에는 “올해 65살 이상 148만명에게 스마트밴드(3만원 상당)를 지급하고 향후 전 시민에게 확대하겠다”고 적혀 있지만, 추경예산에서는 스마트밴드 가격은 높아지고 지급 규모는 줄었다. 시범사업 대상도 20~64살로 변경됐다.
이 사업은 오 시장이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 사업에서 착안해 공약한 것인데, 서울시 구상대로라면 시민들의 건강관련 정보가 건강모니터링 플랫폼에 모아지고, 지역사회 의료자원과의 연계도 예정돼 있어 개인정보 관련 논란도 예상된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예산은 편성됐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 전담조직을 만들 정도로 역점을 두고 있는 1인가구 관련 예산도 다수 반영됐다. 1인가구 병원 동행서비스와 안전취약 1인가구 도어지킴이 사업에 7억2200만원이 새로 반영됐고, 1인가구 주택관리서비스에도 6억3200만원이 증액돼 총액 59억4800만원이 편성됐다.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 20곳에 ‘안심마을보안관’ 80명을 배치하는 데에도 13억1500만원이 신규 편성됐다.
최근 한강시민공원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강공원 방범카메라(CCTV) 설치에 37억5800만원이 배정됐다.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 시절의 오세훈 시장이 지난 1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건강도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도시미래’ 분야에서는 오 시장 퇴임 뒤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국가상징거리 조성 기본계획 수립에 5억원이 반영됐다. 광화문~용산~한강(노들섬) 7㎞ 구간을 서울 대표공간이자 ‘국가상징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2009년 광화문광장을 개장하면서 이 구상을 밝혔고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조성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뒤로 별 진척이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서울역까지 사람숲길이 조성됐고 내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끝나면 국가상징거리를 조성할 여건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용역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양대교~영동대교 17.8㎞ 일부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보도·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강변북로 재구조화 타당성 조사’ 예산도 9억원 반영됐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완화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다. 양재~한남나들목 경부고속도로 기능 고도화 용역에도 6억원이 반영됐다.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지원 예산도 확대됐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을 올해 계획했던 1만1779대의 95% 수준인 1만1201대를 추가로 지원한다. 본예산에 270기분에 그쳤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예산도 7000기로 늘리고, 전기버스 충전기 54기 설치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소버스 10대와 양재수소충전소 증설을 위한 예산도 편성됐다.
오 시장의 ‘5대 공약’에 제시된 공약 가운데 올해 추경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편성되지 않은 사업도 적지 않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민간소유 토지를 임차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상생주택’ 사업은 사업검토·착수를 위해 추경에 30억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추경안에는 빠진 게 대표적이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모델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여름 안에는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에 1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던 공영주차장·버스공영차고지 지화화 및 공원화 역시 추경안에 없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공영주차장 3곳과 차고지 2곳을 130억원을 들여 지화화하기 위해 대상지를 선정하는 중인데, 오 시장 공약집에는 올해 130억원을 들여 준공할 것처럼 적혀 있다.
서울 불광동의 서울혁신파크를 ‘고품격 경제타운’으로 재조성 하는데 10억원, 대방·봉천·도림천 수변문화공간조성을 위해 120억원, 명일·상일권역에 편의시설을 확충하는데 20억원을 쓰겠다던 공약도 추경안에서는 빠졌다.
김재진 서울시 예산담당관은 “공약 가운데 기정예산(이미 편성된 예산)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것은 추경 요청을 하지 않았고, 사업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거나, 지원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것들은 내년 본 예산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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