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 발표 후 청사 브리핑실을 나가고 있다. 오 시장이 내놓은 방안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 기간 단축,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통한 사업성 개선 등이다. 연합뉴스
지난 4·7 재보선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서울 부동산시장에 이른바 ‘오세훈 효과’가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완화’를 부르짖은 후보의 당선에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이 들썩인 것이다.
오 서울시장이 취임 50일째인 26일 우선 재개발시장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시청에서 한 기자설명회에서 오 시장은 “(재건축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재개발사업에 대한 규제완화책을 가동해 신속하고 신중한 주택공급을 우선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압구정·여의도의 값비싼 아파트단지 등의 ‘핫’한 재건축보다 주로 강북권에 산재해 있는 재개발 가능지역을 대상으로 해 논란은 줄이며 대규모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오 시장은 재개발을 통한 물량 목표를 ‘2025년까지 13만호’라고 분명히 했다. 또 이를 위한 동력으로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높이 규제 완화 등이라고 제시했다.
재개발구역 지정 때 가장 중요한 척도는 ‘얼마나 낡았냐’인데, 2015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뉴타운 열풍’의 출구전략으로 ‘주거정비지수제’를 도입했다. 해당 지역에 ‘노후 건물 수 3분의 2 이상’이라는 등의 기존 법적 기준 외에 ‘노후 건물 연면적 60% 이상’이라는 또다른 기준을 충족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오 시장은 ‘주거정비지수제’를 진입장벽으로 규정, 이를 철폐하면 노후 저층 주거지 가운데 재개발 가능지역이 14%에서 50%로 3배 이상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6년가량 만에 박 전 시장이 도입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가 재개발 대상을 키워준다면, 공공 기획 전면 도입은 재개발의 속도를 담보해 준다. 기존에 자치구가 ‘사전타당성 조사→기초생활권 계획 수립→정비계획수립’ 순서로 진행했던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 기획’으로 대체하면 정비구역지정 기간은 5년에서 2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아울러 재개발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3번 받던 주민 동의 절차도 두 번으로 줄인다. 대신 주민제안 단계에서의 첫 동의율을 10%에서 30%로 높이고, 마지막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의 동의율도 3분의 2로 유지하기로 했다.
개발업자들을 위한 ‘미끼’도 제시했다. 2종 일반주거지역 중 난개발을 막고자 7층으로 높이를 제한한 지역은 서울의 전체 주거지역(325㎢)의 26.2%(85㎢)에 달하는데, 이 지역에 대해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층수 제한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적용되는 용적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 주택공급 확대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이와 함께 재개발을 권장하기 위해 재개발구역 지정공모제와 재개발해제구역 재지정 등의 카드도 꺼내 들었다. 1년에 2만6천호라는 막대한 물량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오 시장은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불량 주거지역을 연 25개 이상 추가 발굴해 구역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 2만6천호에 해당하는 25개소 이상의 구역지정이 필요하다”며 “이게 되려면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각 자치구청장께도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시 주택건축본부 관계자는 “그간 재개발 과정에서 구청은 수동적인 역할만 했다. 2∼3년 동안 한 건도 신청 안 하다가 한 해에 2∼3건씩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난해 9월 공공재개발 공모 사례에서 보듯, 공모를 하게 되면 구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게 되고 공급물량도 예측할 수 있어, 일정한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제지역 재지정 역시 연구 용역을 통해 170여개 지역이 주택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주민들의 재지정 요구도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 완화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 시장 발표를 보면서 10여년 전 무분별한 뉴타운 지정 때가 떠올랐다”며 “재개발이 지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사업이 되는 건 아닌데 공공에서 사업까지 짜주면서 빠르게 신규 지정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기존 지정 구역에 대한 추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과의 조화, 재개발 추진과정에의 주민 갈등, 이주 대책 등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 대책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막아야 한다는 서울시 의지가 작동해야 하므로 일부 교란 행위가 잦아들 때까지 약간의 속도 조절과 완급, 순위조절은 있을 수 있다”며 “국토부와 함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마련한 뒤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 시행을 위해 올 10월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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