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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범죄야!”…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인식, ‘제2의 갓갓’ 막는다

등록 2021-05-26 22:05수정 2021-05-26 22:26

서울시 상담 분석, 대부분 범죄 인식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범죄인지 몰랐어요. 다른 친구들도 채팅방에 같이 있었는데 왜 저만 혼나요?”

ㄱ씨(15)는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불법 촬영물을 접했다. 점점 불법 촬영물을 보게 됐고, 중학생이 됐을 때는 직접 촬영까지 했다. 결국 학원 화장실, 버스 등에서 여성들을 몰래 찍다 붙잡혔다.

ㄴ씨(13)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처음 불법 촬영물을 봤다. 채팅방에 올라온 영상을 내려받았는데, 불법 촬영물이었다.

불법 촬영을 한 것,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것,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것 모두 디지털 성범죄다.

서울시는 26일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대부분이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초·중학생 91명을 상담한 결과, 상담자 중 21%가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한 행동이라고 답했다. 이어 △재미나 장난으로(19%) △호기심으로(19%) △충동적으로(16%) △남들도 하니까 따라 해 보고 싶어서(10%)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해서(4%) 등 이유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통신매체를 이용해 불법 촬영물을 전송·공유하거나 요구하는 행위가 43%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19%) △불법 촬영물 소지(11%) △불법 촬영물 제작·배포(6%) 등 순으로 나타났다. 범죄에 사용한 통신매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41%로 가장 많았고, 포털 사이트(19%), 메신저(16%) 등이다.

서울시는 “디지털 기술을 가장 쉽게 접하고 다룰 수 있는 청소년들이 쉽게 범죄와 연결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임, 메신저 등에서 일상적으로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디지털 성범죄가 범죄가 아닌 일상적인 놀이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 사례 분석 결과. 서울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가해 청소년들이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려고 지난 201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사업’을 시작했다. 초·중학교 재학생이 디지털 성범죄로 학교에서 징계받거나, 교사, 학부모 등이 의뢰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센터)’ 전문 상담원과 함께 주 1회, 총 10회 동안 이루어지고, 필요하면 연장하기도 한다.

김혜영 아하 센터 상담원은 “상담을 하면서 ‘내 행동이 성폭력이구나’라고 인지하고, 피해자의 감정에 공감하도록 하면서 단계적으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진다”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주변 환경과 청소년의 심리적 상태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10회 상담으로 부족하면 추가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을 하다 보면 주 양육자가 ‘아직 청소년인데 그럴 수도 있지’하는 관용적인 시선도 있다”며 “주 1회 상담을 하지만 청소년들이 더 많이 소통하는 사람은 가족, 선생님 등이다. 주변에서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상담 오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억울해한다. 나만 한 게 아니라거나, 채팅방에서 영상을 받았는데 불법인지 몰랐다고 한다”며 “이를 방치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엔(n)번방 사건의 ‘갓갓’처럼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디지털 성범죄를 막으려고 올해부터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 1천명을 오는 7월5일까지 모집한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불법 촬영물을 발견하면 해당 사이트에 직접 신고하고, 실제로 삭제되는지 여부, 삭제되는 데 걸리는 시간 등까지 확인한다.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 모집 포스터. 서울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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