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 오피스텔을 빌린 뒤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며 1만여명이 넘는 남성을 상대로 ‘기업형 성매매’ 영업을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행동강령을 만드는 등 범죄단체를 구성한 것으로 판단해 이들에게 ‘범죄단체의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성매매 조직 총책 ㄱ씨 등 6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장소 제공 등 혐의가 있는 10명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ㄱ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도 용인·이천·군포·의정부 등 수도권 지역 오피스텔 9곳에 49개 호실을 빌려 동남아 국적의 외국인 여성 80여명을 고용해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별도의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해 11명의 조직원을 2교대로 24시간 상주시킨 뒤,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성매수남들의 예약관리와 이용 후기 관리, 성매매 여성 면접과 출결 관리 등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매매 수익금을 수금하기 위해 오피스텔을 방문할 때는 택배기사로 위장해 의심을 피했고, 경찰 단속이 들어올 경우 외장형 하드디스크 폐기 방법 등을 직원들에게 미리 교육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여성의 등급을 분류해 1회에 16만원~20여만원까지 성매매 대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특히 현장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이 보관 중인 1만3천여 건의 성매수 기록이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해 성매수 혐의가 있는 남성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 중이다. 해당 데이터베이스에는 성매수 남성들의 연락처와 간단한 특징 등이 적혀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콜센터 현장에 있던 수익금 3200여만원과 체크카드 15개, 통장 9개 등을 압수했다. 또 조직 운영계좌에 있던 5억2천여만원을 범죄수익으로 특정해 법원에 기소 전 몰수보전 명령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같은 기업형 성매매에 동원된 여성들은 주로 국내에 체류 중인 베트남과 태국 국적의 여성들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성매매 비용의 절반가량을 받는 조건으로 ㄱ씨 등에 고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과거 동남아 일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이 끊기자 국내로 돌아와 고향 후배 등을 관리실장으로 동원해, 성매매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성매매 사건의 처벌은 업주와 종업원 간의 성매매 알선 행위만 수사돼 수개월의 징역형 또는 집행유예 등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았다”며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에게는 성매매처벌법상 범죄단체의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피의자들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올라갈 수 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수원역과 평택역 주변 등 성매매 집결지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이른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 단속에 들어 성매매 영업조직을 적발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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