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기도 화성에서 주행 중인 차량을 둔기로 내려치고 운전자를 집단폭행해 검거된 외국인들은 국내에 자리 잡은 마약조직 구성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통솔체계를 갖추고 신종 마약류인 ‘스파이스’를 제조·판매해 오던 중 자신들의 조직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마약투약 사범인 다른 외국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 원형문)는 27일 마약류를 판매하며 폭력을 행사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우즈베키스탄 국적 ㄱ씨 등 고려인 2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 가운데 ㄱ씨 등 16명에게는 마약사범으로는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형법 114조)가 적용됐다. 외국인에게 이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ㄱ씨 등 16명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약 판매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한 뒤 평택에서 시가 6400만원 상당 스파이스(합성 대마) 640g(1280회 투약분)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자신들의 구역에서 마약을 판매한 외국인들을 승용차에 태워 외진 곳으로 데려가 집단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마약 판매대금을 제대로 상납하지 않거나 조직 우두머리 이름을 함부로 발설했다는 이유로 일부 조직원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조직 우두머리인 ㄱ씨 아래에 스파이스 원료 공급과 대금 수금을 담당하는 중간 간부, 구역과 조직원을 관리하는 폭력배인 ‘토르페다’(러시아어로 ‘어뢰’), 마약류 제조책 및 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나름의 통솔체계를 갖추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 등은 지난 2월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서 발생한 이른바 ‘외국인 운전자 무차별 폭행 사건’으로 인해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당시 같은 고려인이자 러시아 국적 외국인 2명이 타고 가던 차를 가로막아 세운 뒤 둔기로 차량을 파손하고, 차밖으로 끌어내 집단폭행했다. 당시 폭행 장면은 뒤따르던 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며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당시 수사에 나선 경찰은 ㄱ씨 등 폭행에 가담한 8명을 전원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서 스파이스가 언급된 점에 착안해 수사한 끝에 마약조직의 전모를 밝혀냈다.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고려인 23명은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국적이며, 러시아 국적이 일부 포함돼 있다. 마약사범에게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최초 사례이자 외국인에게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약 거래가 급증하면서 마약사범 수는 2018년 4274명, 2019년 5711명, 지난해 6459명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한겨레 수도권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