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주민 강여울씨 제공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의 ‘경비원 문자 해고통보’와 관련해 노원구청이 중재에 나서 일부 경비원이 복직할 수 있게 됐다.
노원구청은 오는 16일 중계그린아파트 경비노동자들과 경비업체인 ‘홈스웰’, 오승록 구청장이 참여하는 3자 협약식을 연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들은 홈스웰이 경비원들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부적절한 행위를 사과하고, 경비노동자들을 이달 안(최대한 한달을 넘지 않는 기한 안)에 홈스웰과 자회사인 ‘우리관리’가 위탁받은 아파트 현장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근로계약 기간은 1년 이상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16명 가운데 복직을 희망하는 6명이 노원구 관내 아파트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홈스웰은 5월1일부터 아파트 경비 용역을 맡으면서, 지난 4월 말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노동자들에게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의 경비노동자는 수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으로 여러해 동안 근무했지만, 경비업체가 바뀌어도 대체로 고용승계는 이뤄져 왔다. 하지만 홈스웰은 문자 한통으로 사실상의 해고통보를 한 셈이다.
경비업체 홈스웰이 경비노동자들에게 보낸 ‘해고 문자’
이에 입주민들과 경비노동자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고용승계를 주장하는 베란다 현수막 내걸기, 서명운동, 입주자·해고경비원 한마당 등을 활동을 벌였다. 3481세대 규모인 이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주민 1463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동시에 지난달 14일 노원구청에 입주자대표회의의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 사례 등과 함께 진정서도 냈다.
이런 활동을 주도해왔던 아파트 주민 강여울씨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경비노동자들은 업체가 바뀌었다고 해고되는 일이 비일비재할텐데, 이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냈고, 입주민들도 우리 아파트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고 움직여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과 불합리한 고용해지 등에 대한 주민들의 문제의식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도 입주민과 경비노동자들의 상생·배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원구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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