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며 대추며 저육이며 정육이며 호도며 버섯도 세 가지 종류라며 그 외에 몇 가지며 어찌어찌 조합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산산하고도 정녕하고도 날쌔고도 굳은 개성적 부덕의 솜씨가 묻히어 나온 찜이 어찌 진미가 아닐 수 있겠느냐.”
정지용(1902~1950) 시인의 산문집 <문학독본> ‘수수어 2-2’에 나오는 개성찜 예찬이다. 개성찜은 소·돼지·닭 등 세 가지 고기를 곁들인 음식이다. 여느 갈비찜과 비슷하지만 ‘단짠’(단맛, 짠맛)에다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하다.
충북 옥천군은 ‘지용 밥상’을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옥천은 정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다. 정 시인은 대표작 ‘향수’에서 고향 옥천을 “넓쪽 끝으로 옛은 벌 동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 노래했다. 옥천은 정 시인 생가 곁에 정지용 문학관을 조성하고 그의 문학 정신을 알리고 있다.
군은 정 시인 작품에 나오는 개성찜과 ‘짠지전’(김치전), 국수 등을 곁들여 ‘지용 밥상’을 내놓을 참이다. 이들 음식은 충북도립대 산학협력단(단장 한혜영 조리제빵과 교수)이 문헌 등을 참고해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재현했다. 한혜영 교수는 “개성찜을 바탕으로 버섯, 고기, 된장국 등을 곁들인 메뉴를 선보인다. 전통음식과 현대 시민들이 즐기는 음식이 공존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지용밥상’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안 송고가, 꿈앤돈 등 지역 식당 2곳에서 ‘꿈엔들 한상’, ‘향수 한상’, ‘지용 한상’ 등의 이름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김홍규 옥천군 식품안전팀장은 “시인은 시 작품뿐 아니라 전국 곳곳을 기행하면서 음식 소개 등을 곁들인 수필 작품을 내기도 했다. 시인의 작품을 토대로 지용 밥상을 보급하면서 옥천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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