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했다”고 거짓으로 자수해 사기범이 재심을 받도록 도운 이들에게 무더기로 실형이 선고됐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법 형사6단독 김택우 판사는 거짓으로 ‘위증했다’ 자수한 혐의(범인도피·위계 공무집행방해·무고방조)로 기소된 ㄱ(49)씨에 대해 징역 6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7명에게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하고 이들 가운데 범행을 자백한 2명은 형의 집행을 3년 유예했다.
또 재판부는 이들에게 거짓으로 위증했다고 자수하면 금전적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범행을 실행한 법무사 ㄴ(64)씨에 대해 범인도피·위계 공무집행방해·무고죄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ㄱ씨 등 8명은 2016년 10월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와 게임기 유통점 계약을 하면 대박 난다는 대전의 한 정보기술(IT) 업체 전 대표 ㄷ(43)씨의 말에 속아 18억원을 투자했다”며 ㄷ씨를 고소했다.
ㄷ씨는 사기죄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ㄱ씨 등은 ㄷ씨의 형이 확정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검찰에 “ㄷ씨는 죄가 없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모두 위증죄로 벌금 500만원 씩을 냈다. 이들의 자수 덕분에 ㄷ씨는 재심 결정을 받아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사기 피해자들이 모두 위증했다고 주장하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조사를 벌여 ㄱ씨 등이 ㄷ씨 쪽으로부터 많게는 억대의 돈을 받고 위증 자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법무사 ㄴ씨가 2019년 2월께 ㄷ씨 어머니와 함께 ㄱ씨 등을 만나 “ㄷ씨가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위증 자수서를 검찰에 내면 (ㄷ씨 쪽에서) 벌금을 대신 내준다”거나 “결과가 좋으면 금전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ㄴ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예상되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 뒤 ㄷ씨 어머니와 함께 그 내용을 ㄱ씨 등에게 설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ㄱ씨 등이 위증죄 벌금을 납부한 뒤 ㄴ씨에게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증거가 있다. ㄴ씨가 ㄷ씨 어머니로부터 위증죄 벌금 납부용 자금을 받아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자백한 2명을 빼곤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고 ㄱ씨는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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