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난달 20일 충북도청 앞에서 충북도 생활임금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오윤주 기자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5번째로 충북도도 내년부터 생활임금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생활임금을 도입하지 않은 광역단체는 대구·경북 두곳만 남게 됐다.
충북도는 10일 “지난달 20일 충북도의회가 의결한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의 재의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생활임금 조례안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례 의결 뒤 충북도는 생활임금 적용 범위를 문제 삼아 도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하는 재의 카드를 검토해왔다.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로,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해 공공부문 노동자 등에게 적용해왔다. 광역단체 14곳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101곳(44.7%)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 기준 1만원 안팎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해왔다.
충북도의 경우,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도가 재의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지만, 조례안에 담긴 생활임금 적용 대상 가운데 일부에게만 한정해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례안에서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으로 △도 및 도 산하 투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도에서 사무를 위탁받거나 도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 소속 노동자 △도에서 사무를 위탁받거나 도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 하수급인(하도급인)이 고용한 노동자 등을 들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이 가운데 ‘도 및 도 산하 투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에게만 생활임금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형근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은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위탁 업체 등 민간 부문으로 확대한 조례안은 지방자치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위법 소지가 있는 조항은 시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길우 충북도 노사협력팀장은 “최근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울산·경남·세종 등도 적용 대상을 도와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로 한정하고 있으며, 다른 자치단체도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민간 영역까지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실효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생활임금 적용을 받게 되는 사람은 충북도 및 도 산하 투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870여명이다.
지난 2월 주민 1만3551명이 서명한 ‘충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주민발의한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는 도의 조처에 반발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100곳 넘는 자치단체가 생활임금을 시행하고 있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충북도가 다른 자치단체의 행정을 폄훼하는 것이다. 더는 토를 달지 말고, 통과된 조례대로 생활임금을 시행하라”고 밝혔다. 정의당 충북도당도 성명을 내어 “제정된 조례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법치다. 충북도는 생활임금 조례를 온전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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