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119구급대원이 ‘그림으로 보는 문진표’를 사용해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 사는 베트남 출신 ㄱ(28)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지난 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 사는 베트남 출신 ㄱ(28)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임산부 119구급차’에 올랐다. 임신부인 ㄱ씨는 단순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급대원도 베트남어를 할 줄 몰라 난감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 때 대원은 ‘그림으로 보는 문진표’를 꺼내, ㄱ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병원으로 이동하며 현재의 몸 상태, 증상 등 임산부 정보를 확인했다. ㄱ씨는 말하지 않고도 증상에 해당하는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구급대원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릴 수 있었다.
ㄱ씨는 “병원 예약일에 남편이 직장을 비울 수 없어 고민했는데, 임산부 구급차로 무사히 병원을 다녀올 수 있었다”며 “아직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그림으로 내 상태를 설명할 수 있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충남소방본부는 13일 ‘그림으로 보는 문진표’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림으로 보는 문진표는 119구급대원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과 청각·발달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말하지 않아도 증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응급환자별·신체부위별로 주요 증상과 병력 등을 그림으로 그렸다. 환자들이 그림을 가리키면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게 된다. 현재 구급현장에서 쓰는 구급차 현장지원시스템(각종 소방활동 현장을 지원하는 태블릿 피시 단말기)에 그림 문진표를 넣어 활용한다.
충남소방본부와 대웅제약, 피치마켓은 지난 6월 협약을 맺고 그림으로 보는 문진표를 개발했다. 피치마켓은 발달 장애인이나 느린 학습자를 위한 읽기 쉬운 출판물을 만드는 사단법인이다.
최장일 충남소방본부 구조구급과장은 “그림 문진표가 외국인뿐 아니라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환자와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구급대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운용 과정에서 부족하면 드러나면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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