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한글대학 어르신 시화전’ 포스터. 논산시 제공
‘당신 가시고 서럽네/참말로 그립네/통곡하네/바로 병원 못 가서 돌아가셨나/내 손 꼭 잡더니 그냥 눈 감아버렸어/내가 글을 못써서 이 마음 뭐라고 말 못해요/술 좋아하던 당신 술 잡숫고 자는 줄 알았지/참말로/뜨끈한 고깃국에 당신 좋아하던/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소’(‘참말로 그립네’, 이일분)
충남 논산시 은진면 남산1리에 사는 이일분(81) 할머니는 3년 전 남편을 잃었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할머니는 22살에 군인인 할아버지를 만났다. 전국으로 이사를 하다 둘 째 아들 2살 때 논산에 정착했다. 남편과 유별나게 알콩달콩 살진 않았지만, 욕 한번 하지 않은 점잖은 그이를 할머니는 늘 존경했다. 갑자기 가버린 남편이 ‘참말로’ 그리워 할머니는 한글대학에서 배운 서툰 글로 그 마음을 썼다. 그녀의 그리움이 시가 됐다.
논산시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대학 학생인 어르신들의 시와 그림을 전시한다고 6일 밝혔다. 논산시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이 함께 준비한 전시회는 다음 달 5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강남구 케이티앤지(KT&G) 대치 갤러리서 열린다.
시집 <내 이름 쓸 수 이따>에 수록된 시와 그림들이 전시된다. 직접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시를 낭송하는 어르신들의 음성과 영상도 시와 어울려 선보인다.
‘찾아가는 한글대학(한글대학)’은 강사가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직접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논산형 문해(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교육이다. 현재 논산시 전체 마을(495곳) 중 약 70%에서 한글대학을 운영 중이다. 논산시는 해마다 한글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백일장 열고 있는데, 백일장 모음집에 실린 한글대학 어르신들의 시와 그림 중 수작을 뽑아 지난해 11월 <내 이름 쓸 수 이따>를 발간했다.
엄해경 논산시 100세행복과 행복배움팀장은 “우울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며 “서울 전시가 끝나면 논산문화원에서 전시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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