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한밭대·목원대가 함께 제작한 오페라 ‘레테’가 14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코로나19로 멈췄던 대전 예술 무대의 막이 오른다.
충남대 예술문화연구소는 13일 충남대·한밭대·목원대가 함께 제작한 오페라 ‘레테’(The Lethe)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14~16일 모두 4차례 공연한다고 밝혔다.
‘레테’는 그리스 신화의 저승에 있는 망각의 강이다. 오페라 ‘레테’는 판단력은 물론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과 사람이 함께 사는 ‘포스트 휴먼’시대가 배경이다. 로봇은 쓰임이 끝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모든 정보를 인간에게 주고 폐기되는데, 로봇을 녹이는 불의 강(용광로)이 바로 ‘레테’다.
폐기 직전 용광로에서 탈출한 재난 로봇 ‘테’는 고주협 등 용광로 직원들의 추격을 받다가 사고로 생명이 위독한 사람을 구조하게 되고 이들을 살리려고 용광로 ‘레테’로 발길을 돌린다. 고주협은 어려서 자신을 구해준 재난 로봇을 떠올리며 ‘테’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죽고 싶지 않다”며 ‘레테’를 탈출했던 로봇 ‘테’의 운명은 바뀔까.
오페라 레테는 인간이 낯선 존재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묻는다. 우리가 난생처음 겪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어떻게 공존할지 생각하게 한다.
이 오페라는 대본(황정은 작가) 1년, 작곡(김주원 작곡가) 1년 등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 1년여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기, 합창, 무용, 연주 등을 연습해 완성됐다. 황 작가는 희곡 <노스체>, <사막 속의 흰개미> 등 작품으로 문단이 주목하는 신예이고, 김주원 작곡가는 오페라 <너에게 간다>, <사막 속의 흰개미>, <허황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레테’는 출연진과 스태프가 예산 부족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물리적 한계는 물론 공연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언제 무대에 설지 모르는 공황 상태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시민에게 희망과 위로가 될 전망이다.
오페라의 메시지인 “인간이 로봇이라는 낯선 존재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코로나19를 겪은 우리가 자문하는 “인간은 난생처음 겪는 바이러스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와 상통하기 때문이다.
또 이 오페라가 막을 올리게 된 이면에는 ‘희망’을 놓지 않고 100여명의 청년과 이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애쓴 길민호 공동예술감독(한밭대 교수), 윤상호 연출(목원대 교수) 등 3개 대학 교수진들의 노력이 숨어 있어 감동을 더 한다. 대전예술의전당은 공연장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 큰 힘이 됐다.
충남대·한밭대·목원대 3개 대학생으로 꾸려진 출연진이 연기와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레테’ 예술총감독인 전정임 충남대 예술문화연구소장(충남대 음악대 교수)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시민이 없지만, 특히 젊은 예술가들은 목표와 터전을 잃었다. 오페라를 준비한 것은 예술을 업으로 삼은 후학들에게 협업하고 연습해 미래를 맞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시민이 이 오페라를 보면서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또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많은 새로운 것과 어떻게 공존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입장권은 대전예술의전당, 인터파크, 아르스노바 누리집에서 살 수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대 예술문화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