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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km 갑천 제방 올라가면…수달, 삵, 가재는 어디서 살지

등록 2021-11-16 17:32수정 2021-11-17 02:30

‘홍수 대비’ 대전 갑천 환경정비 논란
환경단체들 “야생동물 서식 어렵다”
대전시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시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지난 12일 오전 대전시 서구 월평동의 갑천 자연하천구간에 들어서니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천변 버드나무 밑으로 습지가 자리했다. 갑천 자연하천구간은 도솔산과 접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습지생태계를 이룬다. 수생생태계와 습지생태계, 육상생태계가 자연하천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갑천과 도솔산 사이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책길에는 사람과 고라니 발자국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이곳 생태계는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봄에는 큰산개구리 알이나 도롱뇽 유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멸종위기종인 삵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의 2016년 조사를 보면, 갑천 자연하천구간에는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와 수달, 멸종위기종인 삵과 흰목물떼새, 맹꽁이 등 법적 보호종과 반딧불이, 가재, 사슴벌레, 딱따구리 등 800종 이상의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인 이삭귀개·땅귀개도 산다.

대전시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시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최근 이곳에 제방을 쌓겠다는 국토관리청 계획이 알려졌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5597m에 이르는 이 구간에 ‘갑천 대전2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습지인 하천 중간에 제방 도로를 건설하겠다며 지난 4월부터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현재 일부 구간(월평동~가수원교)에 제방 도로가 없다. 홍수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방이 건설되면 육상생태계와 수생생태계가 단절돼 야생동물 서식이 어렵다”며 “도솔산과 바로 접해 있어 홍수 피해도 예상되지 않는 곳이다. 사업계획 구간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생태계를 훼손하는 토목공사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대전시 서구 월평동 갑천 자연하천구간에서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자연하천구간의 생태적 가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12일 대전시 서구 월평동 갑천 자연하천구간에서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자연하천구간의 생태적 가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대전시는 갑천 자연하천구간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환경부에 자연환경조사 대상지 신청을 해둔 상태다. 국토관리청에서는 치수 기능을 위해 하천 제방이 필요하다는 답을 받았다”며 “하천관리 업무가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 하천환경정비사업의 부적절함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이 사업은 실시설계 단계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청취와 함께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며 “협의 과정에서 계획은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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