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민 안명준씨의 1967년 가계부. 안씨가 1964년부터 2016년까지 쓴 가계부는 청주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다.
‘1939년 1월9일(소화 14년) 청주읍장은 도로·토지 구획 등 청주시가지계획 구역 회의를 한 뒤 조선총독부에 자문을 구했고, 조선총독부는 시공방법, 토지구획 변경 등을 담은 답신을 보냈다’, ‘1965년 여름 폭우로 청주 사천·율량교 제방이 유실돼 특수 인부 3200명이 동원됐는데 임금은 양곡이었다’, ‘1993년 1월7일 우암상가 아파트가 붕괴해 75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오는 7일 문 여는 청주기록원이 소장한 청주 관련 각종 기록물이다. 청주기록원은 전국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설립되는 지방 기록물 관리 기관이다. 2017년 25억원을 들여 옛 청주서부경찰서 별관을 새로 단장해 지은 청주시기록관을 청주기록원으로 확대했다.
오는 7일 전국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청주시가 청주기록원을 연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11조(지방기록물관리기관)에 광역 시도에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을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 서울과 경남만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경란 청주시 기록물관리팀 주무관은 “광역자치단체에 기록물 관리 기관 설치·운영을 규정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대부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기록문화의 후예답게 선조의 기록문화를 계승하고, 우리의 삶을 후대로 이으려고 기록원을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청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의 본향이다.
청주기록원에는 청주시에서 생산한 공공기록물과 시민들의 생활 등을 담은 민간기록물 등 민관 기록이 공존한다. 공공기록물은 청주시정 관련 문서 40여만권을 소장한다. 사진·영상·기념품 등도 있다. 1915년 남이면의 ‘분묘대장’, 1923년 북일면의 ‘호적부책보존부’, 1949년 북이면 공무원 ‘사령부’, 1974년 강서면 ‘화전대장’, 1984년 ‘청주공항 건설 환영대회 기록’, 1992년 ‘전국 최초 행정정보공개 조례’, 1998년 ‘청주시민신문 창간호’, 2010년 ‘청주청원 통합 업무 협약서’ 등 시대별 공무서와 기록 등이 망라돼 있다.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인 시민들의 일기장 같은 민간기록물은 재미있다. 1964년부터 2016년까지 쓴 시민 안명준씨의 가계부와 월급봉투, 소풍 사진 등 2만여점이 기록원에 담긴다. 안씨의 가계부를 펴 보니, “1967년 8월31일 미원 60원, 9월 2일 파 5원, 4일 연초 55원, 7일 교통비 10원, 7일 수입 삼촌 6만원, 10일 약주 10원….” 등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청주시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이들 자료를 수집했다. 이경란 청주시 기록관리팀 주무관은 “가정에 두면 사라지거나 짐이 될 소중한 자료들이 시민 곁으로 나왔다. 개인 사료를 넘어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역사요, 기록들이 망라돼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2018년부터 10억원을 들여 공공기록물을 검색 자료화(데이터베이스화)했으며,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2억원을 들여 민간기록물도 검색 자료화할 계획이다. 도 시민기록활동가를 통해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 사람, 기록도 찾아낼 참이다. 청주시는 지난 2020년부터 시민기록활동가 16명을 길러냈으며, 이들은 가덕면 내암리, 가덕면 인차리, 옥산면 소로리, 내수읍 비중리 등 네 마을의 사람과 이야기 등을 찾아냈다. 올해 시민기록활동가 25명을 추가 양성해 다른 마을 이야기도 찾을 계획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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