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깃꼬깃한 만원짜리 10장이 가슴을 울렸다.
지난 3일 오후 6시께 한 70대 할아버지가 충북 괴산군 장연면 행정복지센터 문을 열었다. 그는 퇴근 무렵 일을 정리하던 복지민원팀 직원에게 만원짜리 지폐 5장을 건넸다. “힘든 이웃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부끄럽지만 조금 기부하고 싶어요. 장연면을 위해 써주세요. 이름은 묻지 말고….”
꼬깃꼬깃한 돈을 받은 엄호석 복지민원팀 주무관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좋은 곳에 쓸게요”라고 답했다. 문을 나선 70대는 잠시 뒤 다시 돌아와 5만원을 더 건넸다. “너무 적은 듯해서….” 그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엄 주무관은 그를 알아봤다. 지난해 여름에도 기저귀 두 상자를 들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던 고물장수 ㅅ(72)씨였다. 엄 주무관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농막 같은 곳에서 조용히 생활하시는 분이고, 고물수거 등을 할 때 뵌 기억이 있다. 기초연금을 받고 생활하는 등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연면은 ㅅ씨 뜻대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이 돈을 쓸 계획이다. 정미훈 장연면장은 “본인도 어려운데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려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