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해 11월 충남 태안군 근흥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흥종합시험장 소음피해 영향도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충남 태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장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정부 보상금을 받게 됐지만, 주민들은 “월 몇만원의 보상금이 아닌 40여년의 피해를 구제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태안군은 6일 국방부가 근흥면과 남면 일부 지역을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해 다음 달 초 주민들로부터 보상금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근처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장에서 발생한 소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처다.
1977년 근흥면에 설립된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장은 주로 군에서 개발한 무기를 시험한다. 인근의 근흥면·남면 주민들은 무기 시험에 따른 소음으로 여러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해왔다. 지난해에는 근흥면의 20개 마을이 참여한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소음피해대책위원회(소음피해대책위)’가 꾸려지기도 했다.
주민들의 계속된 요구로 국방부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근 마을마다 2차례씩 소음 정도를 측정했고, 지난달 29일 도황리, 신진도리, 정죽리, 용신리, 남면 신온리 곰섬·마검포 일원을 1∼3종 소음대책지역으로 정했다. 1종 지역은(소음 수준 94㏈ 이상) 월 6만원, 2종 지역(90∼94㏈)은 월 4만5천원, 3종 지역(84∼90㏈)은 3만원이 소음피해보상금으로 지급된다. 다만, 무기 시험 횟수와 마을 전입 시점에 따라 보상금을 30∼70%까지 감액해 지급하게 된다. 태안군 관계자는 “1989년 이전에 전입한 주민에 한해 100% 보상금이 나간다. 무기 시험도 월 15차례 이상 있어야 100%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피해 주민들은 시험장 이전과 제대로 된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상엽 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이쪽 마을들은 포 소음으로 가축을 못 키운다. 소·돼지는 유산이 되고, 닭도 산란율이 40∼50% 정도다. 창문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가는 건 다반사고, 지반도 내려앉는다.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말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시험장을 이전하던지,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를 이주시켜주거나 포 소음을 현격히 줄여야 한다”며 “소음피해보상금이라며 월 몇만원을 주면서 그마저도 조건을 붙여 깎고 있다. 40여년의 고통은 그 정도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제대로 된 보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