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대전 지역 국립대학인 충남대와 한밭대가 ‘통합’ 논의를 위한 구성원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학생들은 통합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최근 총장 이름으로 두 대학의 통합과 관련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최근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우수 인재의 수도권 유출로 지역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대학 발전과 도약 방안으로 통합이라는 모델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병욱 한밭대 총장도 “최근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대학들은 공유대학·연합대학 등의 새로운 네트워크형 교육 모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인접한 권역에 일곱 개의 국립대가 있는 현실에서 가까이 있는 두 대학이 공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비공식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대학교육연구소의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를 보면, 2040년 대학입학 가능 인원은 2020년보다 18만명(39.1%)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거점 대학 7곳은 이미 통합해 몸집을 키웠다. 2006년 강원대는 삼척대, 부산대는 밀양대, 전남대는 여수대와 통합했고, 2008년에는 경북대와 상주대, 제주대와 제주교대, 전북대와 익산대가 합쳐졌다. 지난해에는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했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통합할 경우 전임교원 수가 부산대·경북대 수준인 1194명으로 늘고, 학부 재학생 수는 국립대 중 가장 많은 2만6459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대학은 구성원 의견을 수렴한 뒤 공식적인 통합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남대는 지난 15일 공과대학을 시작으로 단과대별 순회 설명회 진행하고 있다. 한밭대도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통합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최근 “두 대학 간 통합 논의 업무협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4734명)의 98.25%(4651명)가 ‘통합이 논의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임현섭 충남대 기획처장은 “구체적인 통합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단계”라며 “학생, 교수, 직원, 동창회 등이 참여한 준비위원회를 통해 (통합 논의)안이 마련되면, 그 안에 대해 찬반 투표 등을 해서 대학의 입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