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2주년 3·8 민주의거 기념식에서 대전 지역 5개 고등학교 학생 대표들이 애국가를 선창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제공
“민주를 불 밝힌 대전이여. 정의 꽃 피운 삼팔이여. 우리는 민주의 자손으로, 우리는 정의의 들꽃으로 영원히 아름답게 빛나리~”
1960년 3월8일 오후, 대전 대전고 1학년과 2학년 학생 1천여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교문을 나섰다. 자유당 독재정권의 불의와 폭압에 대한 저항이었다. 2월28일의 대구 학생시위 소식은 대전 학생들을 움직이게 한 동력이 됐다.
학생들은 민주당 부통령후보 장면 박사의 선거강연회장인 대전공설운동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학생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 ‘학원에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전 시내를 누볐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의 무력충돌로 수많은 학생이 다치고 7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이틀 뒤인 3월10일에는 대전상고 등 대전지역 학생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의 시위는 충청 지역에서의 첫 민주화 운동이었다.
8일 오후 2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3·8 민주의거 62주년 기념식 ‘성큼 겨울을 뛰어 넘으리’가 열렸다. 기념식에는 3·8 민주의거 참가자, 국가보훈처장, 허태정 대전시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960년 3월 시위의 중심이 됐던 학교 중 대전고, 대전상고, 대전여고, 호수돈여고, 보문고 학생대표 5명이 애국가를 선창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기념식 말미 김용재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3·8 찬가’도 울려 퍼졌다. 기념식에 앞서 허 시장 등은 둔산동 둔지미공원에 세워진 3·8 기념탑을 참배했다.
3·8 민주의거는 1960년 자유당 독재정권의 불의와 폭압에 맞서 대전 지역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돼 일어난 저항 운동이다. 대구 2·28, 마산 3·15 의거와 함께 4·19 혁명의 마중물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11월 충청권에서는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3·8 의거는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 큰 이정표가 됐다. 3·8 의거를 대전시민 정신으로 승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내년 준공을 목표로 3·8 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역사길 조성 사업은 학술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조성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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