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율량동 한 아파트 앞 잘려나간 가로수.
“가로수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식목일을 맞아 청주시에 가로수 훼손 중단을 촉구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생명의숲,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후위기대응위원회 등 환경단체들은 5일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로수 가지치기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2020년 하천 정비 사업 등을 이유로 자른 가경천 살구나무 157그루 등 청주지역 가로수 훼손 실태를 공개하며 “봄철이면 수많은 도로변, 아파트 단지 곳곳의 가로수들이 원칙 없이 가지치기 당하고 있다. 도대체 왜 잘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번화가인 청주 성안길 영화의 거리 앞 가로수 여섯그루는 가지가 모두 제거돼 닭발 형태만 남았으며, 청주 율량동 한 아파트 앞 상당수 가로수들은 아예 중간 부분이 잘려나가 기둥만 남아 있다. 청주 내덕동 안덕벌 일대는 도로 정비 사업을 이유로 은행나무 20여그루가 잘려나갔다.
이와 관련해 류충무 청주시 산림환경팀 주무관은 “통신·전기·교통·안전 등을 이유로 가지치기를 하지만 시에서 강제적으로, 마구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며 “아파트나 상가 등 개인·기관·단체 등이 자기 소유의 가로수를 자르는 경우는 시가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주 성안길 영화의 거리 앞 ‘닭발 가로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도로정비·도시재생 등 사업 때 가로수 보호 △필요한 경우를 뺀 가로수 가지치기 중단 △도시림·가로수 조성·관리 조례 개정 △가로수 식재 등을 요구했다. 이에 류 주무관은 “청주 곳곳에는 가로수 9만5천여그루가 있으며,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상가 간판 가림, 일조권 침해, 농작물 피해 등 가로수 관련 민원이 해마다 4천여건 정도 접수된다. 환경과 민원 등을 고려한 효율적인 가로수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