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민영완 괴산군수 권한대행, 차천수 청주대 총장(왼쪽부터) 등이 2일 괴산군에서 스마트시티 조성 협약을 했다.
‘버스는 택시처럼, 택시는 버스처럼’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운행이 뜸해 불편을 겪는 시골 오지·벽지 마을 주민의 교통 편의 개선을 위해 버스와 택시의 고유 영역을 파괴하는 교통 실험이 시작된다.
충북 괴산군은 벽지·오지 노선에 ‘수요 응답형 버스·택시 운영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수요 응답형 버스·택시 운영 체계’는 대중교통이 뜸한 오지·벽지 주민들이 버스나 택시를 부르면 집 앞까지 태우러 오는 괴산형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괴산군은 내년부터 괴산읍, 감물면, 장연면, 칠성면 등 4곳에 이 시스템을 구축한 뒤 운행에 나설 참이다. 괴산읍을 중심으로 면 단위 마을을 오가는 기존 버스 노선 사이사이에 소형(9인승)·중형(16인승) 버스와 택시 등을 배치해 오지 마을과 연결하는 형태다. 이들 소형·중형 버스 등은 주민들이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부르면 마을 경로당·회관·집 앞 등까지 달려가 승객을 태운 뒤 기존 버스 노선 거점 정류장까지 순환 운행한다. 김옥중 괴산군 교통팀장은 “소형·중형 버스가 콜택시처럼 주민 호출에 반응해 마을 안까지 운행한다. 몇몇 오지·벽지 노선은 택시가 버스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스마트기반 수요 응답형 버스 도입은 괴산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요 응답형 버스·택시 운영 체계’는 괴산의 지리·교통 여건을 고려했다. 괴산은 지난 3월말 인구가 3만7323명이지만, 면적은 842㎢로 서울(605.02㎢)보다 넓다. 버스 업체 1곳이 32대로 날마다 1읍·10면 58노선을 운행하는데, 장연·감물 등 몇몇 오지·벽지 노선은 하루 1~2차례 운행에 그친다. 그나마 승객이 많지 않아 괴산군은 해마다 벽지 노선·재정지원 등으로 37억원을 버스 업체에 지원한다. 김 팀장은 “괴산뿐 아니라 농어촌 벽지·오지 주민은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다. 수요 응답형 버스를 투입하면 불필요한 운행은 줄이면서, 주민 교통 편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의 ‘수요 응답형 버스·택시 운영 체계’ 구축은 국토교통부 공모 스마트시티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 20억원 등 40억원이 투입된다. ‘수요 응답형 버스·택시 운영 체계’ 구축엔 청주대,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등도 참여한다. 괴산군과 이들은 지난 2일 스마트시티 조성 협약을 했다. 이에 따라 청주대 스마트시티 사업단 등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기반으로 한 수요 응답 시스템을 개발할 참이다. 김윤호 청주대 스마트시티사업단 팀장은 “스마트폰 앱, 인터넷 웹을 활용해 버스·택시를 부르면, 관제센터에서 승객·버스·택시의 위치를 파악해 응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어르신 승객을 고려해 마을 정류장에서 버스·택시를 부르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내년 3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한 뒤 상반기엔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