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북도지사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가 1일 오후 충북지사 당선이 유력해진 뒤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김영환(67·국민의힘) 후보가 ‘철새 논란’을 딛고 충북지사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신구 권력 대리전으로 관심을 끈 충북지사 선거에서 김 후보가 승리하면서 국민의힘은 12년 만에 민주당 아성을 무너뜨렸다.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효과, 이른바 ‘윤심’ 덕을 톡톡히 봤다.
김 후보는 1일 치러진 민선 8기 충북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영민(65) 후보를 눌렀다. 김 후보는 개표 60%가 진행된 2일 새벽 1시 60.60%를 득표해 39.39%에 그친 노 후보를 20% 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방송 3사는 당선이 확실한 것으로 봤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괴산의 부모 묘소를 찾는 등 여유를 보였다.
그의 승리는 드라마틱했다. 경기지사 선거 출마 선언을 10일 만에 접고, 지난 3월31일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 딱 두 달 만에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그에겐 선거 내내 ‘철새’ 딱지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적절히 끌어들이는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 그는 선거 초반부터 “충북지사 선거는 윤석열 대 문재인 싸움이다. 문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노 후보)과 윤 당선자의 특별 고문(김 당선자 자신)이 붙는 시대의 한판”이라는 구도를 설정했다.
노 후보 쪽에서 ‘경기도에서 온 철새’, ‘준비가 안 된 후보’, ‘공약 베끼기’ 등 공세를 폈지만, ‘윤심’으로 막거나, 피해갔다. 김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저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고, 저의 당선을 견인했다. 충북 도정을 제대로 이끌어 윤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지사 선거는 고향 선후배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김, 노 후보 모두 청주 출신으로 청주고·연세대 동문인데, 김 후보가 3년 선배다. 둘 다 학창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복역했고, 전기 관련 일을 한 이력도 닮았다. 경기 안산에서 4선 한 김 당선자와 충북 청주에서 3선 한 노 후보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노 후보와 마주치지 않고 싶다. 고향·학교·정치 후배와 대결하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오뚝이 같은 그의 정치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15·16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뒤 최연소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냈다. 18·19대 총선에서도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민주당과 결별한 이후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됐으며, 지난 대선 이후 윤 대통령의 특별 고문을 맡았다.
김 후보가 민주당 아성을 12년 만에 무너뜨리면서 충북 도정에는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양육수당 지급(출산수당 1천만원, 육아수당 월 100만원) △레이크파크 관광 르네상스 △의료비 후불제 추진 등을 공약했다. 그는 “도정 인수기구를 꾸려 현황파악과 취임 준비를 빈틈없이 하겠다. 잘못은 바로잡고 엄정 조처하되, 잘된 것은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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