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초정행궁을 찾아 수라간 음식 체험을 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청주에 물맛이 호초(후추) 같은 것이 있어 초수(초정)라 하는 데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세종 26년 2월3일)에 나오는 기록이다. 세종은 이 보고를 받고 초수에 임시 궁궐인 행궁을 짓게 했다. 초수는 충북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다.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로 알려진 초정약수가 나는 곳이다.
세종은 이곳에 행궁을 짓게 한 뒤, 1444년 봄과 가을 두 차례 120여일 동안 머물면서 안질 등을 치료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165억원을 들여 초정 일대 3만7651㎡ 규모로 초정행궁을 재현했다.
초정행궁은 세종이 즐겼던 궁중음식으로 시민을 만난다. 오는 18일부터 10월 말까지 토·일요일마다 초정행궁 수라간 궁중음식 체험을 진행한다. 청주시는 세종이 건강식으로 애용했던 ‘초조반상’을 재현했다. 초조반상은 아침(오전 9시께) 전 이른 시간(오전 7시께)에 먹던 죽 위주 상차림이다. 마·엿기름 등 아홉 가지 재료로 빚은 떡 ‘구선왕도고’를 말리고, 가루로 낸 뒤 쑤는 미음 형태 죽이다. 간장으로 맛을 낸 장김치, 쇠고기 장조림·나물 장아찌 등 반찬을 곁들인다. 지명순 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은 “세종이 이른 아침 속을 다스리려고 즐겼던 구선왕도고 미음과 초조반상은 소화에 좋은 재료들이 들어가 지금 먹어도 이로운 음식”이라고 말했다.
초정행궁이 선보일 세종 초조반상. 청주시 제공
지 원장은 체험 참여 시민 등에게 궁중 음식 조리 과정, 맛과 효능, 궁중 음식 식사 예절 등을 설명할 참이다. 이선주 청주시 관광개발팀장은 “수라간 궁중음식 체험을 통해 시민들이 초정행궁과 더 가까워지길 기대한다. 초정행궁은 역사 교육과 힐링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 공간”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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