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철새요? 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에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솔직했다. ‘윤심’(윤석열의 의중) 덕에 충북지사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8일 충북지사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환(67) 충북지사 당선자는 “서민과 농민, 환경을 위해 다른 당의 진보적 인사나 정책들도 과감히 받아들이겠다. 운동장은 넓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이 12년 만에 충북 지방 권력을 차지했다.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개발과 성장보다 교육·문화·환경·복지 등을 강조했는데 도민들이 받아줬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후보가 구사할 수 있는 진보 정책을 선점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본다.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인재·정책을 고루 쓰겠다.”
―‘윤심’ 덕에 승리했다는 얘기가 많다.
“부인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 김영환과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영민 후보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과 문재인의 한판 대결이었다. 정치, 선거가 원래 그렇다. 사실 노 후보는 고향과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중국 대사에다 국정 운영 경험도 풍부하니, 허락한다면 충북을 위해 귀하게 모시고 싶다.”
―윤 대통령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사이라고 알려졌다.
“휴대전화 메시지도 수시로 주고받고 자주 소통한다. 저는 성향으로 보면 윤 대통령보다 훨씬 왼쪽에 있지만 서로 거리낌이 없다. 윤 대통령 처음 만났을 때 검사보다 정치에 맞는 분이라고 했다.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수도승 같은 문재인 대통령하고는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 같은 분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봤다.”
―국회의원은 경기도에서 죽 하다가, 충북지사가 됐다. ‘철새’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선거 기간 내내 상대 당에선 충북에서 얼마나 살았나, 그동안 충북을 위해 뭐 했느냐고 공격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다. 충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비전이 더 중요하다. 충북에 나는 쓰임새 많은 도구다. 넓은 세계에서 안목을 키웠고, 정치·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벌써 세계적 대학과 기업을 유치하려고 여기저기 접촉하고 있다. 취임 전후에 성과가 있을 것이다.”
―4조원 안팎이 드는 출산·양육수당 공약은 차질 없이 추진하나?
“인수위에서 검토를 좀 해야 한다. 출산·양육수당 지원은 선거 때 좀 내지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표만 보고 지른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예산을 탈탈 털어서라도 지원하고 싶다.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치과의사 경험에서 나온 의료비 후불제 등 서민 복지 공약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
―군 단위 자치단체는 소멸 우려가 크다. 대책이 있나?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전국에서 ‘메가시티’를 내세웠는데, 그게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청권 메가시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제시한 게 호수를 중심으로 충북 전체를 균형발전시킬 수 있는 ‘레이크 파크’(호수 공원) 구상이다. 호수와 백두대간이란 천혜의 자원을 활용해 충북 전체를 풍요롭게 만들 생각이다.”
―공약 가운데 ‘청주 오송 바이오 메디컬 타운 조성’이 눈에 띈다.
“김대중 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을 한 경험,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안목이 담긴 공약이다. 오송에 카이스트를 유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의료도시를 조성하고, 바이오 영재고를 설립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 과학 영재고와 국제학교도 설립해 명품 교육 도시로 만들 생각이다.”
―전임 이시종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는 없앨 생각인가?
“유지하기 어렵다. 효과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투입된다. 다른 정책들과 함께 인수위에서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관사를 없애고 비서실장에는 여성을 발탁했다.
“대통령도 출퇴근하는 시대다. 이미 청주에 월세 아파트를 얻었다. 언론의 호응이 있으면 윤 대통령처럼 출근길 브리핑도 하고 싶다.”
―개인 방송에 농사짓는 모습을 수시로 올렸다.
“주중엔 도지사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고향인 괴산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 사과·배추·옥수수 등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할 생각도 있다. 여건이 허락하면 치과 의사 경험을 살려 뜻 맞는 이들과 오지 의료봉사도 하고 싶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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