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옥천 사회적 기업 고래실 이범석 대표
이범석 대표가 인터뷰 뒤 둠벙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월간 옥이네> 최근호.
5년 전 창업해 월간지도 발행
3년 연속 ‘우수콘텐츠 잡지’에
청소년 유일 문화공간 ‘둠벙’도 “활동 결과 눈에 보이니 즐거워
소극장 만들고 청년 잡지도 꿈꿔” 대표를 빼고 모두 39살 이하 청년인 고래실 직원 13명 중 7명이 <월간 옥이네> 기자와 편집디자이너다. “보도자료를 베끼지 않고 광고 기사도 쓰지 않는” 군 단위 월간지가 그간 지역에 미친 영향이 궁금했다. “우리 기자들이 1970년대 대청댐 건설로 수몰 피해를 본 옥천 주민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이 곧 책으로 나옵니다. 앞서 잡지에서 몇 차례 연속해 수몰 주민들 이야기를 기사로 다뤘는데요. 군에서 이를 보고 기록사업을 제안했죠. <월간 옥이네>가 없었다면 이런 소중한 이야기가 묻힐 뻔했죠. 재작년엔 옥천 지역 중학생 15명을 대상으로 농촌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기사로 내보냈어요. 이 보도 뒤 군 의회에서 13~18살 청소년에게 1년에 7~10만원 바우처 지원을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죠.” 그는 “옥천 주민들이 잡지가 5년이나 버틴 걸 대견해 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인터뷰로 잡지에 소개되는 주민들도 ‘나도 주인공’이라며 무척 뿌듯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고래실은 출범 때 5년 동안 직원 다섯의 인건비를 대주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지원을 받았다. 내년부터는 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2019년부터 작지만 매년 흑자를 내고 있어요. 옥천과 인근 지역에서 수주하는 출간물 외주 디자인 매출이 가장 크죠.” 그는 지원금이 끊기는 내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규모로 고래실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지난 5년 재정 자립을 가장 크게 고민했거든요. 지금은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죠.” 경북 영천에서 나 어려서부터 대전에서 자랐다는 그가 옥천으로 눈을 돌린 데는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의 권유가 컸단다. “대학 후배인 황 대표가 ‘옥천이 가까운 대도시인 대전에 교육·문화적으로 흡수당하고 있다’면서 제가 대전에서 미디어를 운영해본 경험을 살려 옥천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적극적으로 권했죠. 고래실이 초기에 자리 잡는 데도 <옥천신문>이 그동안 구축한 지역사회 연결망과 콘텐츠 도움이 컸죠.” 청암 송건호 기념사업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황 대표와 함께, 지난해 12월 첫 방송 송출을 한 옥천FM공동체라디오방송 <오비엔>(OBN) 설립도 주도했다. 지난 5년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그는 “직원들의 잦은 이직”을 꼽았다. “직원 13명 중 10명이 외지 출신입니다. 처음엔 옥천 사는 것을 좋아하는 데 그 기간이 길지 않더군요. 평균 2년이면 떠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을 두고는 “옥천 지역 청년을 위한 잡지도 따로 내고 옥천읍에 소극장도 열고 싶다”고 했다. “옥천을 문화나 교육적으로 재밌는 곳으로 만들면 여기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나중에 다시 옥천으로 돌아올 바탕이 될 겁니다. 사실 제가 옥천으로 온 데도, 5년 전 옥천 찻집에서 들은 ‘인형극 보러 아이들과 함께 대전에 갈 것’이라는 한 엄마의 말이 영향을 많이 끼쳤죠.”
<월간 옥이네>는 지난달 창간 5년을 맞았다. 고래실 제공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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