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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찾았던 초정약수 온천…초정 행궁 개장뒤 명성 되찾나

등록 2022-08-21 18:39수정 2022-08-22 02:31

온천객 감소 30여년 만에 탈바꿈
166억 들여 2년전 초정행궁 개장
세종 방문기록 바탕 침전 등 복원
훈민정음 체험 등 2단계 사업 추진
초정약수 마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들어선 초정 행궁. 오윤주 기자
초정약수 마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들어선 초정 행궁. 오윤주 기자

광천수 명소 초정이 세종대왕 콘텐츠로 부활을 꾀한다.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초정은 병 고치는 약수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다. 세계광천학회가 초정약수를 미국 섀스타, 영국 나폴리나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은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초정약수를 탄산·마그네슘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다량 함유한 세계적인 광천수로 인증했다.

이런 명성을 업고 초정약수는 전국적인 휴양 명소가 됐다. 탕 안에 들어가기 무섭게 몸 구석구석이 따끔따끔해지는 탄산 목욕을 즐기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좋은 물을 따라 탄산수·소주 공장이 들어섰고, 사우나를 곁들인 숙박·요양시설 설립도 잇따랐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였다. 온천 휴양이 시들해지면서 초정도 빛이 바래, 지금 초정리는 인구 241명의 여느 작은 시골 마을과 다름없다.

초정약수 안내판. 오윤주 기자
초정약수 안내판. 오윤주 기자

초정약수 조형물. 오윤주 기자
초정약수 조형물. 오윤주 기자

지난 18일 오후 찾아간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는 한산했다. 초정약수 원탕 주변 대중사우나도, 음식점도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초정리 이장 강성진씨는 “한창때 주말이면 초정약수 사우나객을 태운 관광버스 등이 초정리 일대에 줄을 이었다. 요샌 관광객이 뜸하다. 그나마 초정 행궁이 들어선 뒤 좀 나아졌는데 여전히 코로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초정 행궁. 청주시 제공
초정 행궁.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초정을 ‘약수 마을’에서 ‘세종 마을’로 탈바꿈시키려 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 ‘초정 행궁’이 있다. 초정 행궁은 청주시가 국비 등 165억7800만원을 들여 초정리 초정약수로 851 일대 3만7651㎡에 조성해 2020년 6월 개장했다. 초정 행궁엔 세종대왕이 왕족, 대신들과 머물렀던 침전과 편전, 수라간 등이 복원돼 있다.

세종은 즉위 26년째인 1444년 봄과 가을 두차례 초정을 찾았다. 악화된 눈병을 치료하려고 120여일 머무는 동안 임시 궁궐인 행궁을 이곳에 지었다. 세종이 이곳에 머물면서 ‘훈민정음’ 마무리 작업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세종실록>에 실린 최만리의 상소 가운데 “언문(훈민정음) 연구는 급한 것도 아닌데 행재에서 급급하시어”란 구절에서 ‘행재’를 초정 행궁으로 본 것이다. 조혁연 전 충북대 초빙교수는 “초정 행궁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1443년)한 뒤 반포(1446년)를 앞두고 정리 작업을 한 곳”이라고 주장한다.

초정 행궁엔 한글 창제 관련 사료 말고도 세종의 과학기술 장려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 3억4600만원을 들여 초정 행궁 옆 야외 공간에 측우기·앙부일구·일성정시의·소간의·혼천의·천평일구·수표·풍기대 등 조선시대 천문과학기기 8종의 실물 모형을 설치했다.

초정 행궁에서 조선시대 수라간 음식 체험을 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초정 행궁에서 조선시대 수라간 음식 체험을 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지난달 초정 행궁에서 열린 랩 공연. 초정 행궁에서 노래, 춤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뤄진다. 청주시 제공
지난달 초정 행궁에서 열린 랩 공연. 초정 행궁에서 노래, 춤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뤄진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올해 말까지 27억여원을 들여 초정 행궁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세종의 창의 정신을 담는 게 핵심이다. 초정 행궁 안 주요 건물에 천문 관측, 훈민정음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행궁 일대에 야간 경관 조명도 설치한다. 세종대왕과 초정 행궁 애니메이션 제작 등도 추진한다.

초정약수에 세종 콘텐츠를 더하면서 초정의 옛 영광도 되살아나고 있다. 2020년 6월 초정 행궁 개장 이후 2만5천명이 찾은 데 이어, 지난해 4만3천명이 행궁을 찾았고, 올핸 7월 말까지 2만5천여명이 다녀갔다. 변광섭 청주대 교양학부 교수는 “초정은 세계적인 광천수라는 자원과 세종이라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내용을 채우는 노력과 지원이 선행돼야 초정이 부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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