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세종시 조치원읍 상리의 ‘청자장’ 전경. 세종시 제공
“국민학생 때 아버지 손잡고 가던 동네 목욕탕이 없어진다니 아쉬웠쥬. 그래도 문화공간으로 바뀐 청자장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덩달아 마을도 다시 살아나면 얼마나 좋겠어유.”
세종시 조치원읍 상리에 사는 박영철(66)씨 기억 속에 동네 목욕탕 ‘청자장’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다. 주민들은 목욕탕에 모여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냈고, 시시콜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동네 아이들은 부모 손에 이끌려 간 청자장에서 묵은 때를 벗겼다.
청자장은 60년대 이전부터 상리에 자리했다. 세종시에는 1985년 지어졌다는 기록만 남아 있지만, 상리 주민들은 60년대 이전부터 청자장을 이용했고 1980년대 여관까지 더하는 증축이 이뤄졌다고 증언한다. 박씨 어린 시절 청자장은 조치원읍에서 가장 큰 목욕탕이었다. 장날이면 상리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마을 사람들도 많이 찾는 조치원 명물이었다. 세월이 흘러 시설 좋고 더 넓은 신식 목욕탕이 생기면서 청자장 이용객도 점점 줄었고, 결국 주인은 목욕탕 운영을 중단했다.
세종시는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청자장 건물을 2019년 11월 32억원에 사들였고, 65억6000만원을 들여 구조보강·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주민·청년·예술가들을 위한 문화놀이터(복합문화공간)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연면적 1527㎡ 규모의 청자장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1층 북카페, 2층 창작공작소, 3층 창작스튜디오·게스트하우스, 4층 공동휴게공간·옥상정원 등으로 구성됐다. 오는 26일 문을 연다. 개관 당일에는 1층에서 ‘모두가 크리에이터’라는 주제로 전시회도 열린다. 개관일 방문객에게는 무료 음료를 제공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청자장을 청년·예술가 등의 작업공간이자 놀이터와 같은 문화시설로 만들어 소통과 교류의 문화장소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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