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무심천 배띄우기 행사.남요섭씨 기증. 청주기록원 제공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욱이 낫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기록을 강조한 말이다. 청주기록원은 희미한 기억을 또렷이 되살려줄 기록을 찾는 ‘기록 심마니’다. 지난 1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설립된 지방 기록물 관리 기관으로, 청주와 청주시민의 기록을 모으고 있다.
청주기록원은 5일 청주의 젖줄 무심천과 미호강과 관련한 옛 사진과 자료 등을 내놨다. 지난 7월부터 ’우리 물줄기의 기록을 찾습니다’란 이름으로 시민 공모한 자료들이다. 모두 1100여점이 모였다.
1990년대 청주시 전경. 박희동씨 기증. 청주기록원 제공
청주 개신동 박희동(70)씨는 1980~2000년대 자신이 직접 찍은 소중한 자료 600여점을 청주기록원에 기증했다. 박씨는 “젊은 날 취미로 찍은 사진들인데 많은 이들과 나누려고 기증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청주시청 전경 등 귀한 자료들이 많다.
청원군, 청주시 등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10여년 전 퇴직한 남요섭(72)씨는 1990년대 무심천 배띄우기 사진, 청주시가도, 1회 무심천 벚꽃축제 사진 등 50여점을 내놨다. 남씨는 수집광이다. 1980년대부터 신문·잡지 창간호, 시집, 교과서, 지도, 고서 등을 모았다.
미국인 선교사 스티븐 쉴즈 등이 참여한 청주 모내기.스티븐 쉴즈 기증. 청주기록원 제공
1970년대 청주시청.스티븐 쉴즈 기증. 청주기록원 제공
미국인 스티븐 쉴즈(60)도 청주지역 도로, 화장실, 모내기, 마을 풍경, 학교와 학생 등 1970~80년대 청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내놨다. 그는 청주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지금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당시 청주지역 곳곳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많은 시민이 사진을 통해 당시를 추억하고, 기억을 소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주시민 안명준씨의 1967년 가계부.안명준씨 기증. 청주기록원 제공
청주기록원은 12월께 시민기록관(가칭)을 개관하고, 시민 기록물들을 전시할 참이다. 기록원은 종이 문서류 36만2637점, 도면 1만494점, 사진류 3만2천점, 시정백서·통계연보 6789점, 현판·직인류 301점 등 공공 기록물 41만2221점도 소장하고 있다. 소장물은 1911년 자혜의원 사진, 1915년 남이면의 ‘분묘대장’, 1923년 북일면의 ‘호적부책보존부’, 1930년대 정수장 사진, 1939년 청주읍 시가지 계획 서류, 1949년 북이면 공무원 ‘사령부’, 1974년 강서면 ‘화전대장’, 1984년 ‘청주공항 건설 환영대회 기록’, 1992년 ‘전국 최초 행정정보공개 조례’, 1998년 ‘청주시민신문 창간호’, 2010년 ‘청주청원 통합 업무 협약서’ 등 시대별 공문서와 기록, 사진 등이다.
1972년 새마을운동 기록 사진. 청주기록원 제공
1939년 청주 시가지 계획. 청주기록원 제공
1965년 청주 사천율량교 유실 관련 기록. 청주기록원 제공
이신자 청주기록원 주무관은 “모든 시민이 사관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기록, 사진 등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주제별 공모를 진행한 뒤 공공은 물론 시민 기록물을 시민과 공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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