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사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불쌍해서 불쌍해서…. 아들아. 내 아들아”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숨진 채아무개(33)씨의 어머니는 이제 막 차려진 아들의 빈소로 발걸음을 옮기다 주저앉았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고꾸라졌다. 한 발짝 뒤에서 충혈된 눈으로 아내를 지켜보던 채씨의 아버지는 “일주일 전 아들이 ‘아빠 좀 어떠냐. 몸 아프지 마시라. 힘들게 일하지 마셔라’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목이 메었다.
아버지 채씨는 “남매 중 둘째, 우리 집 장손이다. 참 착실했다. 독립해 혼자 살았다. 우리 애는 지금은 물류 일을 하지만, 나중엔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는데 꿈도 못 펼쳐보고, 황망하게 가버렸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대전 ㅅ병원 영안실에 차려진 채아무개씨 빈소.
채씨 부모가 경찰로부터 연락은 받은 것은 이날 오후 1시께였다고 한다. 놀라 전화했지만, 아들은 끝내 부모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채씨의 작은아버지는 “추석 때 만났는데 다른 직장에서 물류 쪽 일을 하다 현대아울렛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겠다고 집도 유성 쪽으로 이사했다고 들었다”며 “오래된 곳도 아니고 최신식 건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병원에 이날 같이 일했던 동료가 왔다 갔는데, 연기가 순식간에 밀려와 대피했는데 나와보니 함께 있던 조카가 없었다며 힘들어하더라. 생때같은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형님·형수님의 심정을 누가 알겠나”라며 울먹였다.
현대아울렛 화재로 숨진 7명은 대전 유성선병원, 대전성모병원, 충남대병원, 대전보훈병원, 대전선병원, 대전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유족들은 대부분 언론사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아무개(60·여·청소)씨는 형제를 결혼시키고 부부가 함께 살면서 개점 때부터 이곳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같은 업무를 하다 숨진 이아무개(71)씨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전경찰청 현대아울렛 화재사건 수사본부(본부장 최현석 대전경찰청 수사부장)는 27일 오전 10시 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정밀감식을 한다고 26일 밝혔다. 정밀감식에서는 화재 원인이 기계적 결함인지, 실화에 의한 것인지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는 물론 화재 직전 지하1층 하역장으로 들어왔던 1톤 화물차와 화재와의 연관성 등도 집중해 감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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