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4일 충북도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충북도 국정감사. 오윤주 기자
출산·육아수당, 농업인수당, 효도비 지급 등 김영환(국민의힘) 충북지사의 현금성 복지 공약 후퇴가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지사는 공약 후퇴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의원들의 사과 요구와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4일 진행한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김 지사의 현금 지급성 복지 공약이 타깃이 됐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지사는 자체 사업으로 출산·육아 수당 최대 70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했지만, 지난 4일 국비 병행 사업으로 바꾸면서 5200여만원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도와 시·군이 분담하도록 했는데 시·군과 협의는 됐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지사는 “경제 위기와 세수 감소, 물가 상승 등 여건 때문에 조정했다. 공약을 그대로 고수하는 게 공약 이행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때 ‘출산 시 1000만원 일시금 지급, 양육(육아)수당 월 100만원씩 5년간 지급’을 공약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공약 내용을 보면, ‘재원은 도비 40%, 시 군비 60%, 국비 지원 없이 자체 사업으로 진행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지난 4일 100대 공약 확정·발표에서 자체 사업을 국비 병행 사업으로 바꾸고, 지원 규모도 5265만원으로 줄였다. 게다가 예산 지원은 국비 3113만원(59.1%), 시 군비 1224만원(23.2%), 도비 928만원(17.6%) 등으로 정부와 시군에 묻어가는 정책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농업인 공익수당 공약도 연 100만원에서 60만원으로, 65살 이상 노인에게 준다던 효도비도 연 30만원에서 80살 이상 연 10만원으로 크게 줄였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출산·육아 수당 지급 공약.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내려받음
이에 관해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출산·육아수당, 농가 수당, 효도비 등 공약의 지원 규모가 모두 줄었고, 특히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공약을 보면 국비 지원이 아니라 자체 사업이다. 공약 후퇴에 관해 도민께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기본 태도 아닌가”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김 지사는 “단언컨대 후퇴가 아니고 후퇴할 생각도 없다. 미증유의 경제·물가 위기, 세수 감소 등 여건에 따라 수정한 것이다.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 제출한 공약 내용 하나 가지고 말 바꾸고 약속 어겼다고 할 수 있나. 충북 출신 의원이 너무한다”고 맞받았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14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이에 김교흥 국회 행안위 감사반장(민주당)은 “선거 때 공약한 것 아닌가. 어찌 됐건 약속한 지원 규모를 줄였다면 도민께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맞다. 의원 질의에 반발하듯 답변하는 게 눈에 거슬린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답변 과정에서 예의를 벗어난 부분은 임 의원께 사과한다”며 확전을 피했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현금성 복지 공약 수정 과정의 절차 문제를 꼬집었다. 최 의원은 “출산·육아수당, 효도비 등 공약 수정에 앞서 공약 평가 자문위원회뿐 아니라 여론조사 등 유권자인 도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 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지사는 “현금성 공약은 보건복지부 심의 등 정부·시군 조율 거쳐야 한다. 공약 후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양해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김 지사가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세계무예마스터십 관련 질의도 눈길을 끌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는 도민 동의를 구하지 못했고 예산 낭비 등 문제가 있는 행사”였다고 운을 떼자, 김 지사는 “전임 이시종 지사가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지만 예산 집행 상황 등을 볼 때 충북도가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부나 시·군이 추진하면 도가 지원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김교흥 감사반장은 “무예마스터십은 찬반 의견 있지만 무예 관련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무 자르듯 못한다고 할 게 아니라 재검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지사는 “작은 도세의 충북이 많은 예산을 들여 세계 대회를 여는 데 무리가 있다. 정부나 시군이 추진하면 지원할 뜻은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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