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 송시열의 문집 목판(송자대전판 남간사본)의 제작과정이 담긴 문서들. 대전시 제공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문집 목판의 제작과정이 담긴 자료들이 발견됐다.
대전시는 송시열의 문집 목판인 송자대전판(대전시유형문화재)의 제작과정을 알 수 있는 일제강점기 문서 99점이 강원도 동해시에서 발견돼 조사를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송자대전판은 조선 정조 때인 1787년 제작돼 송시열이 노년을 보낸 서울 화양동의 화양동서원에 보관됐으나, 1907년 일본군의 방화로 소실됐다. 이후 1927년 ‘화양소제고적보존회’를 중심으로 대전의 남간정사에서 다시 중간(다시 제작)됐다. 화양소제고적보존회는 송시열의 후손과 제자들이 송시열의 고적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로, 대전이 본거지였으나 회원은 전국에 퍼져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들은 남간정사에서 만들어진 송자대전판의 남간사본의 제작과 관련한 통고문, 간찰(편지), 입회원서, 망기(임명장) 등으로, 강원도 삼척에 살며 화양소제고적보존회 회원이었던 유생 홍재모의 것이다. 그동안 동해문화원 서고에 잠자고 있던 것을 문화원 쪽이 지난 4월 발견해 대전시에 알리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문서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성봉현 충남대 교수는 “그동안 간소일기(목판 제작기)가 없어 송자대전 중간에 대한 여러 추측이 많았는데, 이번 자료의 발견으로 관련 연구의 빈칸이 많이 채워졌다”며 “송자대전판 남간사본이 한 곳이 아니라 경남 함양, 대구, 전남 나주, 전북 무주 등 최소 4곳 이상의 판각소에서 제작됐고, 대전에 중간소를 두고 송자대전을 인쇄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송자대전판 중간이 전국적인 사업이었고, 일제강점기에도 대전이 전국의 유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권정연 대전시 학예연구사는 “2013년 그 존재가 처음 확인됐으나 자료가 부족해 연구가 진척되지 못했던 ‘화양소제고적보존회’에 관한 새 정보들을 얻게 된 것도 이번 발견의 성과”라며 “자료가 동해시에 있지만, 도록 발간이나 특별전 개최 등 방법으로 대전시민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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