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19일 옛 청주시청 본관동 앞에서 본관동 철거를 추진하는 청주시를 규탄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시가 논란을 거듭하던 옛 청주시청 본관동을 철거하고, 국제 공모로 선정한 청주시청 새 청사 건립 설계를 폐기한 뒤 설계를 재공모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민선 7기 때 한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막장 행정이라며 청주시를 비판했다.
청주시는 19일 “청주시청사 건립 티에프팀의 제안을 받아들여 옛 청주시청 본관동을 철거하고, 새 청사 건립을 위한 설계를 재공모한다. 내년 하반기 설계 공모를 하고, 2025년 8월께 새 청사 건립 착공을 해 2028년 11월께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대규 청주시청사 건립추진단 팀장은 “옛 청주시청 본관동과 시의회 건물 등은 사진·영상 등으로 영구보존한다. 청주시청 본관동은 철거와 별도로 첨탑, 난간 등 건물 핵심 일부를 보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이날 충북건축사회가 진행한 본관동 가치 평가 단기 연구(스폿 스터디) 보고서도 내놨다. 보고서는 “본관동의 건축적·문화재적·경제효율적 가치 등을 검토했다. 본관동이 건축적 가치와 역사성·장소성 등 일부 가치도 있으나 원도심 활성화, 토지 이용 효율성, 안전 편의 등을 위해 원형 보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본관동 철거와 함께 청주시청 새 청사 설계 재공모도 공식화했다. 앞서 청주시는 지난 2020년 7월 청주시청 새 청사 설계 국제 공모에서 ‘ㄷ자’ 형태로 청주시청 본관동을 감싸 안는 듯한 노르웨이 건축가 로버트 그린우드의 설계를 청주시청 새 청사 설계 당선작으로 정하고, 새 청사 건립을 추진해 왔다. 시는 그동안 설계 공모 시상금 7억원 등 97억원을 설계비로 썼지만, 재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김대규 청주시 시청사건립추진단 팀장은 “공사비, 공사 기간 등을 단축할 수 있게 10~15층 정도의 상자형 새 청사 건축을 구상하고 있다. 설계 디자인 변경 과정의 의사소통, 공사 기간, 사업비 등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에 국내 공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 청사 규모, 사업비 등도 늘어난다. 청주시는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투자 심사 때 마련한 2750억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3200여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청주시는 옛 청주시청 본관동을 철거하고, 주변 청주병원 터를 매입하는 등 6만3000㎡의 터에 새 청사를 지을 참이다. 청주시는 새 청사에 본청 2만2400㎡, 의회동 4800㎡, 편의·기타 시설 7800㎡, 주차장 2만8000㎡(800대 규모)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옛 청주시청에서 청주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주시가 근거 없는 왜색을 끌어들여 청주시청 본관동을 철거하려는 것은 ‘막장 행정’”이라며 “문화재청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두 차례 문화재 등록을 권고했고, 지난 2018년 시청사 건립 특별위원회를 통해 본관동 존치를 결정했는데 이를 뒤엎는 이범석 청주시장의 ‘내 맘대로 행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달 6일 청주시의회 시정 질의 답변에서 “청주시청 본관동은 일본에서 공부한 설계자가 일본 건축가의 영향을 받아 옥탑은 후지산, 로비 천장은 욱일기, 난간은 일본 전통 양식을 모방해 건축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증축 과정에서 구조가 변경됐고, 건물 안전도 D등급 판정을 받는 등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철거를 기정사실로 했다.
이에 한국건축역사학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어 “청주시청 본관은 청주의 옛 이름 주성(舟城)에 착안해 배 모양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건축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왜색 주장은 억지이며, 철거는 비문화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은 최근 <한겨레>에 한
기고에서 “기존 설계를 버리고, 청사를 허물고 새로 짓겠다는 발표가 취소되길 바란다. 그대로 실현되면 반문화적 역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시가 철거하기로 한 옛 청주시청 본관동. 오윤주 기자
한편 청주시청 본관동은 1965년 건축가 강명구(1917~2000)의 설계로 연면적 2001.9㎡ 규모의 콘크리트 슬래브 구조로 지은 뒤 1983년 4층(637.2㎡)을 증축했다. 청주시는 2014년 청원군과 통합한 뒤 업무 공간 등을 고려해 새 청사 건립을 추진해 왔으며, 지금은 옛 청주시청을 비우고 문화제조창 등 임시 청사로 분산돼 업무를 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가 2020년 7월 국제 공모로 선정한 청주시청 새 청사 설계안. 노르웨이 건축가 로버트 그린우드는 ‘ㄷ자’ 형태로 옛 청주시청 본관동(노란 선 안)을 감싸 안는 듯한 설계로 눈길을 끌었다. 청주시청 제공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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