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대전 첫 발생…감염 확인에만 열흘 걸려

검사결과 반나절이면 나오는데
보건당국 감염병 대응 허점

대전시에서 제3급 법정전염병인 지카바이러스가 첫 발생했다.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검체를 검사하고 있다.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 제공

제3급 법정 감염병인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환자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 오류와 의료·검사기관 간 협업 문제로 감염 확인에만 열흘여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의 감염병 대응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은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달 동남아를 여행하고 귀국해 발열과 발진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이 전염병은 주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개모기(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없으나 대증치료시 대부분 회복돼 사망률은 낮다. 그러나 임신 중 감염되면 태아 소두증 등 선천성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보건당국이 전한 역학조사 내용에 따르면, 확진자는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으로, 태국을 여행하고 지난달 17일 귀국해 4일 뒤인 21일 반점구진성 발진(반점 모양으로 피부가 솟아오른 종기)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자 대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 남성은 입원일로부터 열하루, 귀국일로부터 보름여가 지난 1일에야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 관계자들은 반나절이면 결과를 알 수 있는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 Time PCR) 검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대전 동구의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법정 전염병은 의료·행정이 협력해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질병이어서 의료기관·검사기관·보건행정당국을 아우른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갖춘 것”이라며 “대한진단검사의학회도 지침에서 법정 전염병은 환자·의사환자·병원체 보균자를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정 전염병이 의심되는 환자의 검사가 늦어진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쪽은 지난달 26일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하려고 시도했으나 의뢰서가 활성화돼 있지(열리지) 않아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에서 보낸 검삿감을 받자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맡아야 할 일이라고 재발송하는 과정에서 ‘긴급’이 아닌 ‘일반’ 검체로 표기해 이송에 여러 날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경 대전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병원에서 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에 검삿감을 발송한 이유와 질병관리본부가 검삿감을 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 재발송하면서 시일이 지체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서 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열리지 않은 경위 등을 확인해 즉시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