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전부청사 현재 모습. 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90년 가까이 된 옛 대전부청사가 헐릴 위기에 놓였다. 대전시는 이 건물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매입 여부를 저울질했으나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 내부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가 있었다는 뒷말도 나온다.
8일 대전시 설명을 들어보면,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있는 옛 대전부청사가 건립된 시점은 1938년이다. 일제강점기 대전이 1935년 읍에서 부로 승격한 뒤 지어졌다. 1949년 부에서 시로 변경된 뒤 대전시는 1959년 청사를 지금의 대흥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곳을 시청사로 썼다. 이후 대전상공회의소로 쓰이던 청사는 1996년 삼성화재가 사들인 뒤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
지금의 소유주는 2020년 6월 건물을 126억원에 매입한 뒤 재개발을 위해 지난해 8월 대전시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역사회는 물론 대전시도 90년 역사가 오롯이 서려 있는 옛 청사가 허물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매입 여부를 저울질하며 이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따져보기 위해 목원대에 연구용역도 맡겼다. 지난 8월 나온 용역보고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 재건기를 거쳐 산업화 시기에 이르는 대전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건축 양식도 희소성이 있고 예술·사회적 가치도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선뜻 매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건물 매입 예상 가격부터 너무 높았다.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이 건물의 가치는 300억원대 후반에 이르렀는데, 거액을 들여 매입하더라도 이후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임숙향 대전시 문화관광국 문화재정책팀장은 <한겨레>에 “문화재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며 “근대문화재 등록을 하려고 해도 소유주 동의를 받지 못한 탓에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종문 대전시 도시주택국 건축팀장도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조만간 (건물 소유주가 제출한) 개발 계획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 내부에선 매입 결정이 난항을 빚은 데는 문화관광국과 도시주택국 간 책임 떠넘기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뒷말도 들린다. 건물 소유주는 지난 3일 대전시에 건물 철거 예정을 알리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옛 대전부청사 보존 및 활용 방안 용역 자료. 연합뉴스
옛 청주시청 본관도 철거 위기에 놓였다. 2014년 옛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는 업무 공간 확보 등을 위해 옛 청주시청 본관을 허물고, 이 터와 주변 6만3000㎡에 새 청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은 1965년 건축가 강명구(1917~2000)의 설계로 연면적 2001.9㎡ 콘크리트 슬래브 구조로 지어졌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청주시청 임시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옛 청주시청 본관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인 만큼, 본관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설계한 국제 설계 공모안대로 청주시청 새 청사 건립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최예린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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