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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때 발로 빼지 말고…편하고 싼 ‘작업복 세탁소’ 오세요

등록 2022-11-15 22:00수정 2022-11-16 09:37

대전 대덕구 ‘덕구 클리닝’ 가보니
배송 포함 1벌당 500~1000원
“세탁물 받은 노동자들 만족해하면
마음이 다림질 마친 작업복처럼 활짝…”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 있는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덕구클리닝’에서 직원들이 세탁기에 작업복들을 넣고 있다. 최예린 기자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 있는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덕구클리닝’에서 직원들이 세탁기에 작업복들을 넣고 있다. 최예린 기자

“찌든 작업복은 전용 세제로 때를 뺀 뒤 따로 세탁해야 해요.”

지난 11일 오후 찾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의 ‘덕구클리닝’에서는 작업복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세탁기 안에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들만 켜켜이 쌓였다. 산업용 세제를 넣고 전원 버튼을 누르자 ‘45분’이라고 시간이 떴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직원 권혁필(57)씨는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세탁 주문 물량이 많지는 않다. 틈틈이 주변 공단의 중소기업들을 돌며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구클리닝은 지난 9월 문을 연 뒤 10월 중순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이곳은 경남 김해, 광주, 경북 구미, 울산에 이어 문을 연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다. 대전 대덕구가 다른 지역 사례를 본떠 지역자활센터와 손잡고 만들었다. 대덕구 자체 예산 1억원에다 중앙정부와 대전시로부터 각각 받은 8천만원, 1억5850만원을 보태 세탁소를 열었다. 대전대덕구지역자활센터 직원 8명이 각각 2명씩 세탁·건조·다리미·배달 일을 나눠 맡고 있다.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 있는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덕구클리닝’ 전경. 최예린 기자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 있는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덕구클리닝’ 전경. 최예린 기자

덕구클리닝이 들어선 대전산업단지는 대화동에 자리 잡은 지 50년이 넘었다. 현재 717개 업체에서 57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세탁소 업무를 총괄하는 대덕구지역자활센터의 박은실 자활전문가는 “작업복에는 가정용 세탁기에선 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이나 중금속 이물질이 많이 묻는다. 일반 세탁소도 이런 작업복은 잘 받아주지 않는다”며 “대기업은 회사 안 공동세탁소가 있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은 마땅히 세탁할 곳이 없어 대부분 손으로 작업복을 빨아왔다”고 말했다. 대덕구와 자활센터가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다.

덕구클리닝은 수거부터 세탁·건조 및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적 성격이 짙은 세탁소인 만큼 값도 싸다. 봄여름옷은 상의·하의 각각 500원, 가을겨울옷은 상의·하의 각각 1000원이다. 일반 세탁소에선 작업복 상의 한벌에 최소 4천원을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용 첫달은 무료다. 신동호 대덕구지역자활센터장은 “지금은 들어오는 세탁물이 많지 않지만, 수요가 너무 많아서 고민인 다른 지역의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사례를 보면 점차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많은 노동자들이 공공이 지원하는 작업복 세탁 서비스를 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탁을 끝낸 노동자 작업복이 스팀다리미에서 다려지고 있다. 최예린 기자
세탁을 끝낸 노동자 작업복이 스팀다리미에서 다려지고 있다. 최예린 기자

세탁을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나자 건조 작업까지 마무리됐다. 묵은 얼룩이 온전히 제거되진 않았어도,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보송보송했다. 스팀다리미 기계에 들어간 작업복은 하얀 김을 내뿜더니 금세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해졌다. 직원들이 모여 다림질까지 마친 작업복을 주문 업체별로 분류해 옷걸이에 걸었다. 권혁필씨가 세탁을 마친 작업복을 차에 실은 뒤 운전석에 올랐다.

“세탁물을 받아 든 노동자들이 만족스러워하면, 제 마음도 다림질 마친 작업복처럼 활짝 펴집니다. 그분들, 지금까진 작업복 빨래가 버거워서 샤워하면서 대충 발로 밟아 빨았다고 하더라고요. ”

덕구클리닝의 직원들이 세탁을 마친 작업복들을 업체별로 분류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덕구클리닝의 직원들이 세탁을 마친 작업복들을 업체별로 분류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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