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조치원읍 주민자치회가 15일 세종시 오봉산에서 세종역 신설 염원 릴레이 챌린지 행사를 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오랜 기간 충청권 갈등의 뇌관이었던 ‘고속철도(KTX) 세종역’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세종시가 정부·정치권을 상대로 역 신설을 요구하는 전방위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지역의 사회단체들도 ‘세종역 신설 기원 챌린지’를 이어가는 등 후방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지척에 오송역과 공주역을 둔 충북·충남도는 세종시의 역 신설 요구가 마뜩잖다.
세종시 조치원읍 주민자치회는 15일 세종시 오봉산에서 세종역 신설 염원 릴레이 챌린지 행사를 했다. 이들은 역 신설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세종시의 기능 확장 등 변화한 여건을 고려하면 역 신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 조치원읍 이장협의회, 지난 3일 세종와이더블유시에이·세종시가족센터 등 여성단체, 지난달 27일 세종시 여성가족과 등이 세종역 설치 촉구 챌린지를 했다.
세종역 신설에 가장 적극적인 건 최민호 세종시장이다. 역 신설을 민선 8기 핵심 과제로 정하고 정부·국회와 부지런히 접촉하고 있다. 지난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면담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나가 역 설치를 촉구했다. 최 시장은 “그동안 타당성 부족으로 추진이 안 됐지만, 대통령 제2집무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여건 변화에 맞춰 국가적 시각에서 세종역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역 설치는 2016년 세종을 지역구로 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약하고,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가세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2017년 4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이 0.59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국토부가 “현실적이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거듭 선을 그으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세종역 신설의 비용대비편익은 2020년 7월 세종시가 벌인 자체 조사에서도 0.86으로 나왔다. 하지만 세종시는 1억8천만원을 들여 내년 9월까지 타당성 용역을 재추진하고 있다. 김창회 세종시 미래수도기반조성과 주무관은 “세종시(38만7천여명)와 주변 대전 유성(35만4천여명) 등의 인구 변화, 국회 세종의사당 등 대규모 교통유발시설 설치 등 변화한 여건을 고려하면 세종역 설치 관련 경제적 타당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변수는 세종역 설치 예정지와 가까운 곳에 오송역과 공주역을 둔 충북·충남도의 반발이다. 김원묵 충북도 철도·교통팀장은 “세종역이 만들어지면 역 간 거리가 줄면서 고속철도가 저속철도로 전락하고, 세종시 관문 역으로 설계된 오송역과 인근 공주역의 기능 축소와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고속철도(KTX) 세종역 후보지.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고속철도 교량. 오윤주 기자
고속철도(KTX) 세종역 후보지.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고속철도 교량. 오윤주 기자
고속철도(KTX) 세종역 후보지 위치. 세종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고속철도(KTX) 세종역 후보지.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고속철도 교량. 오윤주 기자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종역 예정지인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는 오송역과 공주역의 딱 중간 지점이다. 문제는 역사 예정지가 호남선 고속철도 장재터널과 영곡터널 사이 교량(길이 680m) 위라는 점이다. 교량 아래는 논밭과 하천이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교통정책학)는 “역사를 설치하려면 본선의 열차를 피할 수 있는 보조 차로인 부본선 설치가 필수적인데 세종역은 부본선 없이 추진되는 역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속철도는 시속 300㎞ 이상 빠른 속도가 생명인데, 역을 다닥다닥 설치하면 속도가 줄어 운영 효율성도 떨어진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안전성 우려가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김창회 세종시 미래수도기반조성과 주무관은 “부본선이 없는 일본 신고베역 등의 사례를 보면 부본선과 안전성의 관련성은 크지 않다. 다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부본선 설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최예린 기자
sting@hani.co.kr